박근혜 정부에서 이정현 국회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 등 요직을 거치며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그가 방송법을 위반한 혐의로 소송을 당했으나 정치검찰은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지금껏 소식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이 의원의 친동생 이양현 YTN 콘텐츠제작팀 부국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자신의 조카를 부정하게 입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땅의 언론계를 뒤흔든 형제의 위법행위 의혹은 중대한만큼 검찰의 수사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무소속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말라”고 압박했다. 청와대 권력이 공영방송 편성에 직접 개입한 사례로, 이 전 수석은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이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고발했다.

▲ 2016년 6월30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을 폭로한 통화 내용을 뉴스타파가 재구성해 만든 ‘이정현-김시곤 통화내용(전체)’ 영상 갈무리.
▲ 2016년 6월30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을 폭로한 통화 내용을 뉴스타파가 재구성해 만든 ‘이정현-김시곤 통화내용(전체)’ 영상 갈무리.
무슨 연유인지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의 제작, 편성의 자유를 위협하는 심각한 대화가 오고간 녹취록이 공개되기까지 했지만, 그가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보도된 적이 없다.

방송법은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외부에서 부탁이든 지시든 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녹취록에 의하면, 민감한 사안의 경우 박 전대통령을 위해 얼마나 KBS가 헌신적으로 봐주기를 했으며, 얼마나 자주 이런 성격의 전화청탁이 오고갔는지를 알 수 있다.

KBS·MBC 공영방송이 공영성을 잃고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씨를 비롯한 이 의원같은 정치세력들이 협조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자주 불법 청탁과 불공정 방송을 내보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복심을 내세워 뉴스를 적당히 마사지하는 행태는 일상이 됐고 심지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배제, 견제해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의원은 홍준표식 표현을 빌리면 ‘바퀴벌레처럼’ 어둠속에 숨을 죽이며 현재의 혼란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 동생이 걸려들었다.

▲ 경향신문 9월5일자 보도
▲ 경향신문 9월5일자 보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이 의원의 동생, 이양현 YTN 부국장의 조카 A씨가 하성용 전 KAI 대표 재임 기간(2013~2017년)중 부정한 방법으로 KAI에 입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기준미달 점수를 받았는데도 점수가 조작돼 입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하 전 대표가 친박계 의원과 유력 케이블방송 부국장 형제의 조카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부정 입사하는 데 직접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이 부국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YTN 복직 기자들을 비난·폄하해온 반노조 성향의 단체 ‘사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복직 기자들에게) 주요 자리를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기자들 복직을 돕지는못할망정 오히려 ‘주요자리 주면 안된다’고 반대할 정도로 그의 위세는 여전히 강력하다. YTN은 이 부국장을 대기발령 내렸다고 한다.

이 의원 형제는 함께 조카를 부정청탁한 혐의가 알려진 상황이다. 점수를 조작까지 하면서 부정청탁을 했다면 그 조작에 가담한 담당직원은 물론, 그 청탁을 한 자와 청탁을 들어준 자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다.

▲ 2016년 8월9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대표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6년 8월9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대표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시행되기 시작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승진이든 취업이든 성사가 됐든 되지않았든 부정청탁이 있었고 이에 대해 거절하거나 신고하는 등의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않았을 경우, 처벌하도록 마련된 법안이다. 시행 일년이 됐지만 소위 힘있는 권력기관인 검찰, 법무부, 국회의원 등은 과거나 다름없이 부정청탁을 하고 부정한 금품을 수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의원들의 부정청탁 의혹은 줄을 잇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자유한국당)의 비서관이 2013년 7월 한국광해관리공단(광해관리공단)에 특별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의 또 다른 비서관도 2013년 12월 부정 청탁으로 취업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바 있다.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과거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행해진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한 경쟁을 무시하고, 자기식구나 불법적으로 챙기는 국회의원들의 망국적 행태는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켜, 종국에는 대통령을 망하게 하고 나라를 망하게 만들게 된다. 공영방송을 반신불수로 만들어놓고 거꾸로 ‘방송독립’운운하는 정치무리들의 자가당착에 대해 이제 투명한 수사로 보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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