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진우’는 2011년 MBC 창사 50주년 특별 다큐멘터리 ‘간첩’으로 데뷔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이 무렵 첩보영화 ‘베를린’을 준비 중이던 류승완 감독과 함께 한국에 남아있는 북한 공작원, 일명 간첩을 찾아 다녔다. 누가 봐도 무모해 보이는 간첩 취재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소주와 안주거리를 사들고 누군가의 집 문을 두드리던 주 기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작은 증거를 찾아 이리저리 분투하는 액션저널리즘에 최적화된 배우였다.

2017년, 그는 또 한 번 액션저널리즘을 선보이며 배우로 나섰다. 간첩보다 더 잡기 힘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쫓는 다큐멘터리 ‘저수지 게임’의 주인공으로 나선 그의 모습은 6년 전과 마찬가지로 무모해 보인다. 뉴욕, 토론토, 그리고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만 군도까지 하나의 사기사건에서 출발해 꼼꼼했던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까지 추적하는 과정은 수사권 없는 기자에게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 영화 '저수지게임'의 한 장면.
▲ 영화 '저수지게임'의 한 장면.
영화에 등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도둑적으로” 완벽하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막대한 손실은 대게 공기업의 몫이었고 국민들의 몫이었다. 자원외교가 그랬고 4대강 사업이 그랬고 수많은 PF(project financing)가 그랬다. 손실이 있으면 누군가는 이득을 본 셈인데 그 사람은 참 찾기가 어려웠다. 영화의 메인 플롯인 210억짜리 ‘노스요크’(North York) 사건은 아주 작은 사건이지만 도둑적으로 완벽한 비자금 루트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한 퍼즐이다.

농협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해외투자팀을 만들었고, 노스요크를 비롯해 투자에 나섰던 PF는 번번이 실패했다. 투자금은 캐나다로 갔다가, 케이만 군도로 갔다. 농협이 너무 쉽게 210억을 빌려준 노스요크 사건도 그랬다. 농협은 투자금을 들고 튄 사람을 쫓지 않았고,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 투자를 담당했던 직원은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의문의 농협 디도스 사건까지 등장했다. 노스요크 사건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사건에서 돈은 꼭 캐나다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 RBC)을 거쳐 갔다.

▲ 영화 '저수지게임'의 한 장면.
▲ 영화 '저수지게임'의 한 장면.
▲ 영화 '저수지게임'의 한 장면.
▲ 영화 '저수지게임'의 한 장면.
‘저수지게임’ 제작자로 참여한 김어준씨는 언론시사회에서 “이명박에게 국가는 수익모델이었다”며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김씨는 이 영화를 두고 “3년 전부터 기획했던 취재 실패기다. 공적인 수사기관이 앞으로 성공담을 들려주길 바란다. 현직 검사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는 “돈이 사라진 건 다들 알고 있는데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그 돈을 쫓아가는 과정이다.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속 그는 이명박을 잡기 위해 체력이 필요하다며 숙소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부동산중개업자로 속여 유유히 고급 아파트 출입문을 통과하는가 하면 어두운 시사인 편집국에서 홀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 영화는 기자가 등장했던 지금까지 영화 중 가장 현실적인 영화다. 하지만 주진우 기자처럼 독하게 취재하는 기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자가 등장한 영화 중 가장 비현실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외면할 수는 없잖아.” 그가 이 사건을 계속 쫓고 있는 이유다. 9월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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