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부당노동행위 혐의 전·현직 사장 줄줄이 소환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를 받고 공영방송 MBC를 총파업 사태로 이끈 장본인 김장겸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이 5일 줄줄이 고용노동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조사가 끝나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10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자진 출석한 김 사장은 오후 10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그는 출석하면서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 지 고민이 많았다”며 “취임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장이 정권을 등에 업은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는냐”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사장이 “당당히 조사받고 가겠다”며 청사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한 MBC 소속 기자가 “블랙리스트(노조원 배제 명단)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질문했지만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김 사장은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는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이 피켓을 들고 김 사장을 응원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김장겸 “언론자유 지키려 고민”… 김재철 “후배기자 고통도 은총”_종합 06면_20170906.jpg
김 사장에 이어 김재철 전 사장은 이날 낮 12시40분쯤 홀로 출석해 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사장은 사장 재임 당시 부당해고와 전보 등에 대해 “회사 경영의 일환이었으며 일 안 하는 사람들을 해고한 것”이라며 “내가 있었던 2011년에 MBC 시청률이 방송 3사 중 압도적인 1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후배기자들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고통도 은총이라는 말이 있다”며 “고통을 통해 우리나라 언론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정은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은 그동안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일어난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은 언론의 문제이자, 노동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장겸 사장 측은 본인의 혐의에 대해 “(부당)전보는 사장 취임 전의 일이고, 근로계약서 제공 미비, 퇴직금 산정 일부 잘못, 직원 급여 산정 실수 등은 사장이 잘 알 수도 없는 사안이고, 실수를 교정하면 되는 단순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정은 부장은 “그에게는 남의 일을 빼앗고 방송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그 야만적인 행위들이 여전히 그렇게 사소한 일인가 보다”며 “언론인임을 부정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줄줄이 폭로되는 것을 보니, 그 속에서 대체 어떻게 기자로, PD로, 아나운서로, 작가로 버틸 수 있었을까 싶다”고 힐책했다.

[경향신문] [구정은의 세상] 김장겸의 '사소한 일'_오피니언 28면_20170906.jpg
KBS·MBC 총파업으로 방송도 ‘동시 파행’

진나 4일부터 시작한 KBS와 MBC의 동시 총파업으로 공영방송의 ‘동시 파행’도 본격화됐다. 뉴스 시간은 짧아졌고 드라마 재방송과 특선 다큐멘터리가 대거 편성됐다. 시청률을 견인하던 예능 프로그램 결방이 장기화할 경우 방송사가 입을 타격도 불가피해할 전망이다.

지난 5일만해도 KBS 편성표를 보면 1TV에서 뉴스가 빠지거나 축소된 자리에 ‘구석구석 대한민국 행복한 지도’ ‘영상앨범 산’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재방송이 편성됐다. 오후 10시40분에는 특선 다큐멘터리 ‘캄보디아 의류공장의 땀과 눈물’이 편성됐다. 2TV에도 아침뉴스가 빠진 자리에 ‘다큐멘터리 3일 스페셜’이 들어갔다.

MBC는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재방송을 이날 6회분이나 편성했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스페셜도 넣었다. 게다가 이날 ‘우리말 나들이’ 영상 등을 광고 대신 내보내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전날 중단된 광고 송출은 이날 오후 4시 일단 재개됐지만, 다시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신문] 총파업 후폭풍… ‘예능 왕국’ MBC 흔들_문화 25면_20170906.jpg
언론의 본질인 저널리즘이 건강하지 못하면 예능, 드라마 같은 콘텐츠도 제대로 방송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에 예능·드라마 PD들도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MBC ‘무한도전’, ‘복면가왕’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결방 위기에 놓였다.

MBC 편성표를 보면 당장 6일 ‘라디오스타’가 결방하고 이번 주 ‘나 혼자 산다’(8일),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8일), ‘무한도전’(9일), ‘음악중심’(9일), ‘복면가왕’(10일), ‘오지의 마법사’(10일) 등이 줄줄이 결방을 예고했다.

서울신문은 “현재 MBC는 보직 간부들과 외주 계약 직원 등을 중심으로 방송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지만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동참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KBS는 예능, 드라마 부문의 외주 제작 비중이 높아 향후 1~2주가량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언론노조(새노조)에 이어 7일부터 KBS노조까지 총파업을 시작하면 정상 방송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결방이 장기화할 경우 방송사 광고 수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무한도전’은 광고 한 편 단가가 1305만 원으로 40편가량의 광고가 붙으면 적어도 회당 5억 2000여만 원의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이 같은 수익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내부 기류”라고 전했다. MBC 관계자는 “뉴스로 인한 MBC 디스카운트가 심해져 광고주들도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전국 광고 수익이 2011년 대비 지난해 65%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SBS도 “박근혜 도와줘라” ‘보도지침’ 논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연대파업으로 언론 정상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SBS 내부에서도 사주가 보도국 간부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라”는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5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윤세영 SBS 회장이 2015년 초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보도본부 간부들을 부른 자리 등에서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4월 윤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지원을 받기 위해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도 윤 회장이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겨레] _윤세영 SBS회장 '박근혜정부 도우라' 보도지침 내렸다__방송 09면_20170906.jpg
노조는 또 윤 회장이 지난해 10월10일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며 준 ‘SBS 뉴스 혁신’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며, 심각한 안보환경을 직시하고 여론을 선도한다”는 문장이 SBS의 ‘공유가치’로 적시돼있다. “(보도본부 등) 모든 부서에서 협찬과 정부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내용도 ‘공유가치’의 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자유민주주의 대목은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종북좌파’로 여론몰이하는 과정에서 단골로 동원했던 개념들과 일맥상통한다”며 “(광고영업 관련 내용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견제, 정치적 중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기자들에게 광고를 따오라는 어처구니 없는 지시”라고 비판했다.

SBS 측은 윤 회장의 보도 개입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노조 주장은 SBS 발전을 위한 건강한 토론의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장외투쟁 나선 한국당 “서서 죽겠다”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에 반발해 4일부터 정기국회 보이콧에 들어간 자유한국당은 5일 사상 초유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까지 취소하면서 ‘장외투쟁’에 나서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등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정당 책무 포기’라며 국회 보이콧을 중단하라고 압박했지만, 한국당은 “앉아서 죽느니 서서 죽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5일 예정됐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취소되면서 국회 본회의는 개의도 못한 채 2분 만에 종료됐다. 한국당은 오전에는 서울고용노동청을 방문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MBC 사장 체포영장 신청을 항의했고 오후에는 청와대를 찾았다.

[세계일보] 與 _생떼 봐주기 한계 있어_ vs 한국당 _차라리 서서 죽겠다__정치 06면_20170906.jpg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문 대통령은 물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면담도 어렵다고 해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결국 돌아와야 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지율 걱정도 있지만 우리는 밑바닥에 와 있다”며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고 독려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기간에만 장외투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장겸 지킴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무거운 자리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연설 취소는 국민이 부여한 제1야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보이콧에 가장 박수 칠 사람은 김정은인데 이런 정당이 어떻게 보수정당, 안보정당인가. 하루 속히 해산하라”고 힐난했다. 김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명분 없는 국회 보이콧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한국당 불참으로 연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도 “다음 주에는 처리해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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