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 윤세영 회장(SBS 명예회장)이 ‘4대강 보도외압’ 관련 입장을 내놨다.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를 통해 2009년 당시 윤세영 회장으로부터 4대강 비판보도 중단외압을 받은 사실을 폭로한 것에 대해 지난 1일 윤 회장은 “박수택 기자가 도쿄 특파원으로 있을 때 내가 일본출장 갈 때마다 술잔도 함께 기울이는 돈독한 관계였다”며 “이런 상호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기자와 직접 토론과 소통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회장은 “나도 언론사의 대주주로서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일선 기자를 불러 토론하는 일은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한 번도 없었다”며 “4대강 사업 규모가 22.2조원이었는데 거의 모든 건설사가 참여했고, 태영건설의 수주 규모는 2250억 정도로 약 1% 수준”이라고 했다. “공사 수주에 영향을 미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태영건설의 4대강 수주를 위해 SBS보도를 이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박 기자를 논설위원실로 인사조치 한 것에 대해선 “보도국 내 부서전보는 보도부분에서 주로 결정한다”며 “보도본부의 의견대로 사장 결재로 전보 발령을 낸다”고 인사개입 의혹을 반박했다.

결국 박 기자와 SBS노동조합이 비판한 두가지, 4대강 관련해 이례적으로 윤 회장이 취재기자를 불러 독대한 사실과 SBS 사측이 박 기자를 현장에서 논설위원실로 인사조치 한 것에 대해 인정한 셈이 됐다.

박 기자는 SBS노보에 윤 회장 독대 당시 자신의 취재노트도 공개했다. 박 기자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로서 사실을 기록했던 것이고, 사실은 사실로서 존재할 뿐”이라며 윤 회장 해명에 대해 재반박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는 뜻을 밝혔다.

▲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 지난 1월27일 SBS보도화면 갈무리
▲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 지난 1월27일 SBS보도화면 갈무리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 3일 조합원들에게 사측이 사보를 통해 노보를 반박한 것과 관련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상황인식에 대해 깊은 분노와 절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5일 노보를 통해 “박수택 기자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호출해 독대했다는 핵심 사실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 윤 회장의 입장에 서글픔을 느낀다”며 “윤 회장 스스로도 밝혔듯이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기자 독대가 왜 하필 바로 그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비판적 취재를 이어가는 그 시기, 그 기자였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파악한 1000억 원대 안팎의 금액의 2배가 넘는 22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태영건설이 수주했다고 직접 밝힌 대목도 충격적”이라며 “당시 태영건설 매출액은 연 1조원 대 안팎으로 4대강 공사는 국내 매출의 22%대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이런 물량 수주와 비판 보도 통제가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수택 기자의 환경전문기자직 박탈·논설위원실 발령에 대해 윤 회장은 동기 보도국장과의 갈등, 특정환경단체 이외의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SBS본부는 “당시 박 기자와 갈등을 겪었던 보도국장은 사사건건 4대강 비판보도를 통제하며 윤 회장과 이명박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이명박정권의 홍보수석으로 변신한 최금락”이라며 “그 갈등의 핵심이 바로 ‘4대강 보도’였음은 전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익히 아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환경단체 이외의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라며 “당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은 온갖 관변 환경단체들을 만들어 찬성논리를 설파하려 혈안이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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