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공영방송 동시 파업이 시작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MBC본부 소속 조합원 3800여명은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4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광장에서 파업출정식을 진행할 계획이며 언론노조 KBS본부는 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출정식을 개최한다.

언론노조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의 언론 적폐를 청산하고 언론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9월 4일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면서 “목표는 1차적으로 공영방송 KBS, MBC의 정상화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 개혁”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KBS노동조합도 파업에 가세한다. KBS 노동조합은 직군별 지명파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파업 규모를 확대해 9월 7일 0시부터 총파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KBS 노동조합은 1700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 지난 1일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 당시 고대영 KBS 사장(왼쪽)과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일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 당시 고대영 KBS 사장(왼쪽)과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번 파업은 그 어느 때보다 ‘고강도’로 진행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야간 당직, 교대 및 시차 근무자 등 ‘유보조합원’도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에는 원활한 방송 송출을 위해 파업 때도 근무를 했던 편성PD들도 이례적으로 동참한다. MBC의 경우 구내식당 조합원들도 파업에 동참해 구내식당 영업도 잠정 중단된다.

따라서 4일부터 KBS와 MBC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KBS는 4일 오전 ‘5시 뉴스’ ‘930뉴스’가 결방하고 ‘뉴스12’ ‘뉴스5’를 비롯해 메인뉴스인 ‘뉴스9’는 20분 가량 방영시간이 줄어든다. ‘추적60분’ ‘세상의 모든 다큐’ ‘우리들의 공교시2’ ‘역사저널 그날’ ‘취재파일K’ 등의 프로그램도 결방이 예고됐다.

MBC는 일부 보도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며 지역 MBC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지역 뉴스도 축소된다. MBC의 경우 PD들이 대거 파업에 대거 동참하면서 ‘무한도전’ ‘나혼자 산다’ ‘라디오 스타’ 등 간판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차를 두고 결방될 것으로 보이며 장기화될 경우 드라마가 결방될 가능성도 있다. MBC 라디오는 지난주부터 다수 정규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총파업 돌입으로 국민 여러분의 방송에 불편을 끼쳐드리게 돼 송구하다”면서 “반드시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해 ‘국민의 언론’, ‘언론다운 언론’을 국민의 품에 안겨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BS와 MBC 사측은 3일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보도국 구성원들의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오정환 보도본부장은 3일 오후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급박한 국가적 위기”라며 “MBC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사다. 위기 극복의 지혜를 찾고 국력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지금은 파업으로 방송을 파행시키려 할 때가 아니다. 보도본부 구성원 여러분의 용기 있고 현명한 판단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KBS 역시 사측이 같은 이유로 업무복귀를 종용하고 있지만 KBS 기자협회는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KBS 기자협회는 “고대영 사장이 즉각 퇴진하면 곧바로 24시간 방송에 들어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면서 “정말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한다면 기자들에게 업무 복귀를 종용하기에 앞서 국가를 위해 당장 고대영 사장에게 용퇴를 건의하라”고 밝혔다.

▲ KBS기자들이 8월28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제작거부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KBS기자들이 8월28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제작거부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지지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영방송 총파업 지지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참여연대, 지난 1일 NCCK언론위원회가 파업지지 선언을 발표했다. 4일에는 언론학계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지지할 계획이다.

여당은 파업 기간 동안 소속 의원들이 KBS와 MBC에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BS는 4일 국회의원들이 출연하는 ‘불후의 명곡’을 녹화할 계획이었으나 출연이 예정됐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파업에 힘을 싣기 위해 출연을 취소했다.

파업이 시작되면 방통위 차원의 대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제99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없이 방송을 중단하는 등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경우 방통위는 방송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파업에 따른 시청불편을 ‘시청자 이익 저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방통위가 처벌을 전제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22일 정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방통위는 공영방송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다”면서 “위원 간 논의를 거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건이 갖춰지면 감독권 행사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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