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게 사는 김장겸 사장집…좌파기자들도 놀랠 정도”

2일 오후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게시된 글 제목이다. 글쓴이는 김장겸 MBC 사장이 사는 서울 여의도 아파트 사진을 게시하고는 “진짜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썼다. 그 밑에 달린 “앞으로 큰 역할을 할 한 우익 인사의 출현으로 보면 됨”이라는 댓글도 인상 깊다.

일베 유저들이 김 사장을 고평가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MBC는 이미 극우들이 가장 사랑하는 방송사이며 자칭 ‘애국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보루다.

▲ “검소하게 사는 김장겸 사장집…좌파기자들도 놀랠 정도” 2일 오후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게시된 글 제목이다. 그 밑에 달린 “앞으로 큰 역할을 할 한 우익 인사의 출현으로 보면 됨”이라는 댓글도 인상 깊다. 사진=일간베스트 화면 캡처
▲ “검소하게 사는 김장겸 사장집…좌파기자들도 놀랠 정도” 2일 오후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게시된 글 제목이다. 그 밑에 달린 “앞으로 큰 역할을 할 한 우익 인사의 출현으로 보면 됨”이라는 댓글도 인상 깊다. 사진=일간베스트 화면 캡처
MBC 사장 선임 국면이던 지난 2월 극우·친박 단체들은 서울 상암동 MBC로 몰려가 당시 김장겸 후보를 “진짜 기자”라며 지지 선언한 바 있으며 이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은 지난 31일 형사 재판에서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다. 

MBC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던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소환 조사에 김 사장이 응하지 않았던 대가는 지난 1일 ‘체포영장 발부’였다. 그는 이틀째 잠적하고 있다. 기자는 김 사장에게 “사장님 어디 계시나요?”라고 문자를 보냈으나 읽기만 할 뿐이다.

그 사이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구하기’에 나섰다. 한국당은 2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모두 거부하고 대여 투쟁을 선언했다.

홍준표 대표는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하면서 “MBC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문제”라며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한국당이 한 배를 탔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극우·보수세력이 김 사장으로 결집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체포영장 발부에 ‘언론 탄압’을 프레임을 덧씌우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 쪽에선 “앞으로 큰 역할을 할 한 우익 인사”라서, 또 다른 쪽에서는 “정치적 이익” 때문에 지지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처사다.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자유당은 김장겸을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게 아니”라며 “그냥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딴지 걸 만하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피해자 코스프레 찬스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했다. 

▲ 김장겸 MBC 사장이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기념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장겸 MBC 사장이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기념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극우·보수세력은 양대 공영방송 사원 90%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MBC가 자행한 각종 노동 탄압에 신음하는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다. 

한국당과 김 사장이 탄 배는 난파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를 테면 지난달 25~26일 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의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여론조사를 보면, KBS·MBC 사장 사퇴를 찬성한 여론은 60%였다. 반대 여론은 19%에 불과했다)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법과 원칙에 따라 방송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여당 의지도 견고하다. 언론에 대한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나 검찰 개혁 요구가 높다는 점에서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촛불 국면에서 검찰과 언론 모두 개혁 대상이었다. 수술하지 않으면 수술 당할 형국이다.

대법원에서 각종 인사 조치가 ‘부당 전보’로 확정됐는데도 MBC는 법원 결정을 ‘반복적으로’ 무시해왔다. 그로 인해 빚어진 ‘해고자 10명, 중징계자 110명, 유배지 인력 157명’은 여타 사업장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수치다.

몇몇 MBC 핵심 보직 간부들은 이미 난파선에서 탈출해 언론노조 MBC본부에 둥지를 틀었다. 이에 더해 4일 총파업에 돌입하면 MBC 간부 57명은 보직을 사퇴한다. 더 많은 비리와 사측의 노동 탄압이 폭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12년 파업 참여 MBC 언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한 간부의 폭로가 있을지 안팎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사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 결집이 ‘모래성’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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