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출범을 기념하는 방송의날 축하연이 구색만 겨우 갖췄다. 행사장 안팎에서 고대영 KBS 사장(방송협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쏟아졌다.

한국방송협회(협회장 고대영)는 1일 오후 6시30분 63빌딩에서 ‘방송의날 축하연’을 열 계획이었으나 행사가 15분 가량 지연됐으며 약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주최측 인사인 김장겸 MBC 사장이 체포영장 발부 직후 자취를 감췄고 고대영 KBS 사장이 언론노조 KBS 본부조합원들을 피해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시작이 늦어졌다.

고대영 사장은 경호원들을 대동해 행사장에 입장했으며 언론노조 KBS본부조합원들로부터 “퇴진하라”는 구호를 듣고도 묵묵부답이었다. 고대영 사장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선 순간 행사장에 진입한 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 2명이  “공영방송 파괴하는 고대영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수차례 외쳐 축사를 시작하지 못한 채 당황하기도 했다. 

▲ 축하연이 시작되기 전 고대영 KBS 사장은 2층 대기실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그 앞에서 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면담을 요청하며 사장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축하연이 시작되기 전 고대영 KBS 사장은 2층 대기실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그 앞에서 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면담을 요청하며 사장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방송의날 축하연이 10분 쯤 지연된 오후 6시 40분께 2층 대기실에서 나와 4층 축하연 장으로 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이 "고대영은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다가 진행요원들의 제지로 밀려나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축하연 장에 들어온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이 "고대영은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다가 진행요원들의 제지로 밀려나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고대영 사장은 행사 마지막 순서였던 건배제의에서 “장내가 소란스럽다. 이해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방송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쳤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하며 고대영 사장을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방송인 스스로 방송 본연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책임에 대해 성찰하고 되돌아보아야 할 때”라며 “방송법은 특히 공영방송의 책임과 역할을 중요하고도 무겁게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의지와 철학은 확고하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겠다. 국민 외의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우리 방송의 본질은, 어떠한 힘에도 흔들림 없는 방송, 기울어짐이 없는 불편부당한 방송, 관행이라는 이유로 과거의 불합리를 용납하지 않는 방송일 것”이라고 밝혔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을 때 고대영 KBS 사장이 귓속말로 전언을 듣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을 때 고대영 KBS 사장이 귓속말로 전언을 듣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고대영 KBS 사장(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건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고대영 KBS 사장(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건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국가적인 행사였던 방송의날 축하연은 40~50분에 걸쳐 내빈 축사가 이어지던 이전과는 달리 고대영 사장 축사,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대통령 메시지 대독, 고대영 사장의 건배사만 진행해 10여분 만에 끝났다.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국무총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회의장, 여야 대표가 축사를 했지만 이번 행사에는 내빈 다수가 불참했다.

앞서 김장겸 사장은 오후 5시에 열린 방송유공자 훈장 포상 수여식에 “김장겸은 퇴진하라”는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규탄 구호 속에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했다. 고대영 KBS 사장은 조합원들을 피해 쪽문으로 입장했다. 행사 도중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접한 김장겸 사장은 대기실로 통하는 행사장 앞쪽 엘레베이터를 타고 피신했다. 이 과정에서 김장겸 사장의 경호원들이 기자의 목덜미를 잡고 팔뚝과 손바닥으로 거세게 밀치기도 하는 등 격한 몸싸움이 있었다.

▲ 김장겸 MBC 사장은 방송의날 축하연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장겸 MBC 사장은 방송의날 축하연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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