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분야 관련 인사에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사회‧역사관 뿐 아니라 민주주의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 후보자는 31일 건국과 정부수립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자진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방신문 칼럼에 (제가) 건국 70주년이라고 쓴 것을 확인했는데 부끄러운 일이지만 건국과 정부수립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또한 지방신문 칼럼 외에도 박 후보자는 2015년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할 때 제출한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적었다.

그가 지방신문에 썼던 칼럼에는 단지 건국 70년이라는 것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 사관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도 비판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6월28일자에 기고한 영남일보 ‘[3040칼럼] 통합의 교육과 미래 세대’에서 “민족주의 정체성은 가부장적인 독재형태의 지도력과 함께 국민의 마음을 모아 수출과 중화학공업으로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였다”며 “이 시기에 이루어진 새마을운동은 전국에 걸쳐 국민의 정신을 변화시켜 계층화 의식을 해소하고 ‘하면 된다’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긴 역사의 앙금은 여전히 우리의 삶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며 “친일 프레임, 종북 프레임, 편협한 민족주의, 과도한 민주주의, 현대사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금기어들, 갑을 논쟁, 전관예우 논쟁 등 여전히 계층적 분열의식이 우리들 마음속에 드리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지체되는 이유를 노동운동과 민주주의에서 찾았다.

“과도한 노동 운동, 책임을 망각한 과도한 민주주의, 노력 이상의 과도한 복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성보다는 외부를 먼저 비판하는 윤리적으로 타락한 정치사회적 운동, 금기어들로 인한 학문의 자유 침해 등의 여파로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의 동력을 서서히 잃어가면서 저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 70년 역사를 돌아보며…”라고 썼다.

▲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논란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논란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전국의 19개 테크노파크(TP) 중 9개 TP의 노동자 700여 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공공연구노조는 31일 오후 성명을 내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박성진 후보자의 1948년 건국 주장을 두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헌법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현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노동 운동, 책임을 망각한 과도한 민주주의, 노력 이상의 과도한 복지를 저성장 원인으로 지적한 영남일보 칼럼에 대해 공공연구노조는 “학자로서 할 수 있는 비판의 수준이 아니다”라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을 ‘국민의 정신개조 운동,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는 박후보자의 평가에 국민 몇 명이 동의하겠는가”라며 “창조과학 신봉을 종교적 신념이란 단어로 변명하지만 이는 개인의 신앙으로 포장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정책 기조에서 볼 문제”라고 판단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장관의 종교적 신념이 매우 중요한 가치와 기준으로 적용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냐는 것이다.

이 단체는 박 후보자의 아파트 다운 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의혹과, 자녀의 이중 국적, 사업관계로 얽힌 민간기업 오피스텔에 위장전입 등에 대해서도 “용납할 만한 수준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평범한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국정철학을 스스로 배신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다른 이유를 붙일 필요도 없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4일 박 후보자 지명 브리핑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이자,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 온 학자”라며 “2012년부터 창업과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설립된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기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새 정부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 영남일보 2016년 6월28일자 30면
▲ 영남일보 2016년 6월28일자 30면
다음은 공공연구노조가 31일 오후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성명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

우리 노동조합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성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

박성진 후보자의 1948년 건국 주장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헌법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현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성진 후보자는 지난해 6월 영남일보에 기고한 칼럼 “통합의 교육과 미래 세대”에서 “과도한 노동 운동, 책임을 망각한 과도한 민주주의, 노력 이상의 과도한 복지”를 저성장의 원인으로 지적하였다. 학자로서 할 수 있는 비판의 수준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을 “국민의 정신개조 운동,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는 박후보자의 평가에 국민 몇 명이 동의하겠는가?

창조과학 신봉을 종교적 신념이란 단어로 변명하지만 이는 개인의 신앙으로 포장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정책 기조에서 볼 문제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장관의 그 종교적 신념이 매우 중요한 가치와 기준으로 적용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동성애 반대 또한 찬성과 반대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사생활의 문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아파트 다운 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의혹과, 자녀의 이중 국적, 사업관계로 얽힌 민간기업 오피스텔에 위장전입 등 문 대통령이 밝힌 고위공직자 배제 원칙에 대해서도 용납할 만한 수준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다.

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평범한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국정철학을 스스로 배신하는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다른 이유를 붙일 필요도 없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 중소벤처기업부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한 진심어린 고언이다.

2017. 8. 3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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