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가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 즉 국정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여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해 조사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된 배후에서 국정원이 수사에 개입하고 언론플레이를 벌인 의혹을 가리킨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2015년 2월 경향신문을 통해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정원 개입이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가 이뤄진 열흘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논두렁 시계’ 사건은 조사대상에 오른 14개 적폐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인규 전 중수부장과의 면담조사 이후 국정원 개혁위 산하의 적폐청산TF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입을 닫았다’는 사유로 조사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연합뉴스
▲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정원의 문서 자료가 보관되는 내부 서버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개입 내용이 존재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정원 서버의 경우,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가 직접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정원 적폐의 상당수 증거들을 담고 있는 서버에 대한 조사는, 국정원 내부 감찰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결과만 보고받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 당시 조사권이 주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정원 개혁위 관계자는 “내부 자료 접근은 안 되고 있다”며 “(국정원 쪽에서)그 얘기가 안 나오는 것으로 봐서 (서버에)서류로 남아있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선 다른 조사 사건들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문과 심의에 제한된 국정원 개혁위의 현재 권한으론, ‘논두렁 시계’ 관련 문서가 서버에 존재하는지 여부를 사실상 알 수 없다. 서버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국정원이 없다고 주장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난 2013년 5월에 드러난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은 유출된 문건이 명확히 존재함에도, 국정원은 서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논두렁 시계’건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개입과 언론플레이라는 민감함 때문에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등 일부에게만 직보되고 서버에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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