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언론노동자들이 내달 초 공정방송 사수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KBS 기자 출신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노조가 파업하는 대신 국민이 수신료 거부 운동을 펼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민경욱 의원은 30일 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 성명 발표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KBS 파업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KBS는 대통령이 사장을 뽑는 구조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고 높은 시청률 유지한 것은 방송사 안에 여러 자정 기능을 하는 단체와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또 어느 특정 좌·우파 한쪽에 영향을 받은 방송을 하게 되면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수신료 거부 운동이 일어나 월급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민 의원은 KBS 파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국민이 ‘수신료 거부 운동’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 셈이다. 민 의원은 또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시청자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그에 대한 저항과 반발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청자와 국민의 저항이 ‘사장 퇴진’으로 향할 경우 한국당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ㆍ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ㆍ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총파업을 결의한 KBS·MBC 구성원들의 ‘공영방송 정상화’ 목소리를 지지하며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MBC·KBS 노조 총파업이 언론개혁과 공공성 회복의 결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경영진의 독선으로 잃은 방송사의 신뢰를 지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한 언론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MBC와 KBS는 지난 보수정부 시절 정치적 편향에 의한 편파보도와 공정성 훼손, 편집권 개입 등으로 국민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감시하는 비판의 눈을 가져야 할 방송사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부당, 적폐 행위를 앞장서서 자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제 대변인은 “(공영방송은) 국민을 신뢰를 받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정을 외치는 기자들마저 부당해직과 전보, 징계 등으로 억압해 왔다”면서 더 이상 공영방송 개혁을 언론사 내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법적·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대변인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심사 시 중립성과 자율성도 고려하기로 한 만큼 정치권도 방송사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견제, 공정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할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지난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93%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한 것에 대해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는 동안 망가져가는 MBC를 바라보며 쌓인 구성원들의 울분이 어느 정도였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과”라며 “MBC를 예전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한 언론으로 되돌리기 위한 MBC 구성원들의 굳건한 결의를 적극 지지하며 응원한다”고 말했다.

추 대변인은 “MBC 정상화는 적폐 청산을 원하는 국민의 숙원이며, 대한민국을 바로세우는 시금석”이라며 “지난 정권의 하수인으로 내려와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그 이름에 먹칠한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지금이라도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12년 170일 파업 후 MBC 경영진은 권력을 남용한 보복을 자행했고, 잇따른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는 상식을 벗어나는 행태를 보여 왔다”며 “MBC 노조원들이 또다시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고, KBS 기자들도 언론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MBC 노조원들의 정당한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KBS와 MBC 구성원들의 총파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좌파노조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며 “KBS·MBC 좌파노조는 방송인의 기본인 공정성과 독립성과는 담을 쌓은 정치적 노조”라고 비난했다.

김태흠 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 KBS,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임명되고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MBC 경영진이 좌파노조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물러난다면 양대 공영방송이 한줌 진보좌파의 수중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KBS·MBC 노조가 방송개혁을 얘기하려면 먼저 정치단체인 민주노총부터 탈퇴하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