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핵심사업, 中에 쫓기는 상황…5년 뒤 장담 못해”>(조선일보 8월28일) <구글·애플 월 1개꼴 기업 사들이는데 총수 부재 삼성은 M&A 올스톱> (중앙일보 8월28일) <숨 죽이는 기업, 경제단체라도 할 말 하라> (동아일보 8월29일 사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신문이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조중동 뿐만 아니라 대다수 언론이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 언론은 1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5년 실형이 선고된 이후 재판부를 비난하거나 대한민국이 흔들릴 것처럼 걱정과 우려를 쏟아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판결에 대해 ‘형량이 가볍다’는 여론이 43%인 것으로 나온 결과(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 여론조사)와 동떨어진 태도다. 한국 언론이 ‘삼성 대변인’ ‘삼성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삼성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제 뉴스수용자들도 안다.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언론의 특성(?)을 모르는 독자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미 ‘장충기 문자’ 파문을 통해 한국 언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 아닌가. ‘광고 달라’ ‘협찬 달라’ ‘사외이사 하나 달라’ ‘아들 취직 좀 부탁한다’며 장충기 사장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일부 언론은 여전히 독자와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언론이 노골적으로 ‘친이재용’ ‘친삼성’ 논조를 보인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전 부회장이 서로 마음속으로 청탁을 주고받았는지는 이들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이것은 저널리즘 원칙을 벗어나는 수준을 넘어 한국 언론이 얼마나 정상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정상적인 궤도를 계속 도는 동안 독자와 뉴스수용자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조롱대상이 되고 있는 데도 언론종사자들은 그런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나쁜 뉴스’를 골라내는 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뉴스수용자’들이 이런 언론과 언론인을 신뢰할 까닭이 있을까. 한국 언론 신뢰도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는 이유다.

한국 언론의 비정상은 삼성 관련 보도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신군부 세력이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실탄 51만 발에 수류탄까지 사용했다는 사실 등이 문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데도 이들 언론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아니 외면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 5월 광주가 신군부에 의해 유혈진압 된 직후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는 사설을 게재했던 조선일보 입장에선 최근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증거’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5·18 왜곡보도와 관련해 광주시민들에게 제대로 사과를 한 적이 있었던가. 사과는커녕 불과 몇 년 전까지 TV조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데 앞장섰다. ‘그랬던’ 조선일보이기에, ‘그랬던’ 조중동이기에 현재의 소극적 보도와 침묵을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서로 경쟁하듯 ‘친삼성 보도’ ‘친이재용 보도’를 내놓는 언론들이 ‘5·18 광주’와 관련한 새로운 진실을 주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장충기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는 언론, 대놓고 ‘친이재용 보도’를 선보이는 언론, 그러면서 ‘5·18 광주’를 외면하는 언론의 태도에는 일관성이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구성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한 KBS MBC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 언론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권력과 자본 앞에 고개를 숙이는데 부끄러움이 없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적폐세력이 언론이라고 여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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