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공영방송 총파업 닻이 올랐다. KBS와 MBC 언론노동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동시 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했다.

1700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2000여 명 규모의 KBS노동조합이 각각 내달 4일과 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KBS 기자협회는 31일까지 470여 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제작을 중단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KBS PD협회 소속 PD들도 30일부터 제작을 중단할 예정으로, 제작 중단 인원은 최대 660여명까지 예상된다.

KBS기자·PD들의 대규모 제작 중단과 KBS 간부들의 연이은 보직 사퇴는 총파업 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88명의 KBS 간부 PD들은 “PD들이 프로그램을 내려놓고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방송 적폐에 불과한 고대영 KBS 사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온전히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29일 오후 6시부로 보직을 사퇴했다.

▲ 양대 공영방송 KBS·MBC 파업을 이끌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왼쪽)과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 2017년 양대 공영방송 KBS·MBC 파업을 이끌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왼쪽)과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우리 노조만 놓고 보면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당시에는 파업 도중에 간부들이 보직을 던지고 나왔지만 이번에는 파업 전에 간부들이 사퇴했다. 모두가 전력을 다하는 투쟁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성 본부장은 “고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이 내려오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KBS 노동조합도 지난 28일 “현 시국은 피폐해진 KBS와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고 방송 독립을 쟁취할 절호의 시기”라며 “경영진이 KBS 구성원들을 상대로 행한 폭압적 조치를 정상화하고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기 위해 전 조합원이 손 맞잡고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노조는 사내 1노조인 KBS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조 사상 최고 찬성률(93.2%·투표자 1682명 중 1568명 찬성)로 총파업 투표를 가결하며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다. 2010년과 2011년 파업 찬성률이 각각 72.7%, 71.2%였다는 점과 회사가 강경 대응을 시사했음에도 최고 찬성률이 나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내 파업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율과 찬성률을 보여준 조합원들의 의지를 무겁게 받들 것”이라며 “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송출 등 필수 인력을 전혀 남기지 않고 예외 없이 전 조합원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전례 없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자·PD·아나운서 등 MBC 언론인 350여 명은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MBC 총파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MBC 총파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사내 구성원들 다수가 ‘적폐’로 규정한 양사 공영방송 경영진은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KBS는 28일 KBS 기자들의 제작 중단에 대해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KBS 보도본부는 제작 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뉴스 제작과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29일 “이번 파업은 사실상 정치권력이 주도하는 파업”이라고 규정한 뒤 “이번 파업은 정치권력의 부추김에 고무된 거대 언론노조 MBC본부가 정치권력과 손잡고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MBC는 본부노조를 향해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구성하겠다는 정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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