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상화와 이사·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KBS·MBC 구성원들이 제작거부 후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영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 착수를 촉구했다.

신경민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은 29일 열린 3차 회의에서 “공영방송은 프로그램 편성, 제작을 통해 사회적 흉기로 등장했고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의 심부름꾼, 벨보이(bellboy)로 학살과 도살, 폭력, 린치 등 일종의 청와대 파견소 역할을 한 지 오래됐다”며 “양 공영방송 노조가 지금 파업의 전 단계에 들어가 있는, 상당히 어려운 사태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문제는 지난 10년 가까이 입법·행정·사법 국가기관들이 아무도 공영방송의 내부의 문제와 외부의 횡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내부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면서 “심지어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은 편성권과 노사관계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공영방송 경영진을) 비호하고 방치, 방관해왔다”고 비판했다.

▲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면서 신 위원은 방통위가 공영방송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헌법에 민주적 기본질서, 언론의 자유, 근로기본권, 행복추구권이 규정돼 있고 방송법상 공익성과 공영성 등 여러 조항이 마련돼 있다”며 “또 방통위법 제11·12조 등 수십 개에 이르는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정이 산재해 있음에도 여러 권한을 그동안 정부가 행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점을 볼 때 이미 경영진과 이사는 공영방송 관련 헌법과 방송법, 노동법 등 법률을 어긴, 각종 고소·고발에 휩싸인 범법자에 불과하다”며 “(방통위가) 즉각 감사에 착수해 더 이상 이런 학살과 도살, 폭력, 린치, 직원 사찰과 등급·보복 인사 등 분열의 난장판 끝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민주당 적폐청산위는 오는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공영방송을 망친 주역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MBC 해직PD)을 상영하기로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MBC·KBS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제작거부 투쟁에 나서는 사태까지 만든 김장겸·고대영 사장은 이미 공영방송 사장 자격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며 “김장겸·고대영 사장은 버티기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바라는 목소리를 겸허히 경청하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은 원내대표는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에게 현재 공영방송 사태를 논의할 국회 내에 기구를 구성하자고 정식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이처럼 파행과 혼란을 거듭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으며 그 핵심적 논점이 공영방송의 독립성 강화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당연히 국회 내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여야 4당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영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국회의 논의기구를 구성해서 현재 계속되는 공영방송 파행 문제를 비롯해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까지만 하더라도 “방송의 독립과 자유는 방송구성원들의 자율적 행동과 시청자들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논의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당이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업무보고를 ‘보이콧’해 사업 결산 심사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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