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간부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낸 인사청탁 등의 문자가 공개된 이후 문자에 등장한 일부 언론사는 회사 차원의 공식 사과를 내놓거나 기자들이 성명을 내어 회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일보와 매일경제는 아무런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CBS는 회사 차원의 공식 사과가 있었고 서울경제‧연합뉴스는 기자들의 반발이나 노조의 비판성명이 나왔다. 하지만 매일경제와 문화일보는 회사 차원의 공식 사과는 물론 기자들의 비판성명이나 노조의 반발 움직임도 없다.

매일경제는 2015년 7월 삼성 출입 기자였던 김대영 매일경제 유통경제부장이 장 전 차장에게 “서양원 국장이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매일경제는 파문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매일경제 노조는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매일경제 노조위원장은 29일 미디어오늘에 “처음 내용을 접했을 때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언급된 기자에게 유감 표명을 했다”며 “다만 이후 성명 등 노조의 의견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했다”고 말했다.

김성훈 위원장은 “타사와는 달리 (매경 기자들의 경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점이 없었다”면서 “당사자 해명에 따르면, 당시 다른 기업의 출입 기자들도 비슷한 성격의 질문을 던지고 그 반응을 기사로 낸 것이 있어서 이런 취재 관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노조는 추가로 관련 문자가 공개되고, 기자가 사적으로 이익을 추구한 것이 확인되면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의 경우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이 장 전 차장에게 “올해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 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 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문화일보 역시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하차석 문화일보 노조위원장은 29일 미디어오늘에 “내부 조율 상태”라고만 밝혔다.

이와 관련,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삼성이라는 최대 광고주와 대가성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언론사 내부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설령 개인이 대가를 착복한 것이 아니라도, 회사 전체가 삼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실장은 “개인 이득이 없더라도 회사 명의로 이익을 같이 얻었고, 기사 논조나 취재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실장은 노조에 쓴소리도 했다. 지금까지 노조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노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있는 거라는 것. 그는 “노조는 회사가 어려워지고 수익성이 약화될수록 자회사 중심주의에 빠질 수 있다”며 “노조가 공정 보도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에서까지 회사와 ‘운명공동체’가 돼서 회사가 주도하는 기사 방향이나 입장을 따라가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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