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뒷담화의 대상이었다. “술을 먹고 저녁 10시쯤 들어와 1면 톱을 바꿀 때가 많아 힘들었다”, “1면에 왜 박근혜 사진이 없냐고 화를 낸 적이 있다고 들었다”, “편집국에서 욕하고 소리 지르는 걸 듣고 있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등등.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들은 편집국 내에서 공론화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한 최근 노보에 따르면 조선일보 블라인드 앱에서 자사 페이스북 콘텐츠의 선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기자들마저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조선 노조는 그러나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합원이 적지 않지만 현실은 익명 앱에 의지하는 수준”이라며 소통창구가 마땅치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사옥.
▲ 조선일보 사옥.
이와 관련 조선일보 한 조합원은 노보를 통해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윗선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며 “소원수리 할 수 있는 공식적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 노조는 “회사의 신사업, 지면 혹은 조직개편, 기자 인사, 각종 소문 등 폭 넓은 주제에 대해 현장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고 의문을 풀어줄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선 노조는 “불통은 사내에서 뒷담화를 부추긴다. 최근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내 사건에 대한 각종 설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이 최근 부쩍 많다”고 지적한 뒤 “공정보도위원회를 노사가 함께 운영하며 정규적인 대화의 장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월 여성 성희롱고충 상담관을 선발하며 소통창구를 신설하기도 했다. 사내 성희롱신고센터장이 남성 총무국장이어서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경우 신고를 꺼려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변화였다. 사안은 다르지만 회사가 ‘지시와 복종’의 수직적인 편집국 구조를 감안해 이번 사례처럼 익명성과 안전이 보장되는 소통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노조는 “자기 목소리가 조직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기자들이 애정을 갖고 회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고민할 리 만무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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