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다. 유튜브 왁싱샵 콘텐츠를 본 이용자가 콘텐츠에 나온 가게에 찾아가 살인을 했다. 살해협박도 이어진다. 남성 유튜버들이 ‘미러링’을 해온 유튜버 갓건배를 죽이겠다며 집에 쳐들어가는 생방송을 진행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콘텐츠가 나왔던 유튜브는? 웹 매거진 아이즈가 갓건배 살해 협박 이슈 관련 구글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개별 채널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는 않습니다. 유튜브 팀에서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지키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이즈 기자는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인가”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모든 콘텐츠를 검열하는 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 구글은 적극적으로 사과하거나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방치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 구글 서비스 화면 갈무리.
▲ 구글 서비스 화면 갈무리.

유튜브에 올라온 왁싱샵 콘텐츠가 살인사건의 계기가 됐지만 해당 콘텐츠는 아프리카TV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아프리카TV는 사고 직후 “타 플랫폼에서 시청한 가해자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유명을 달리한 고인께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일부 BJ들의 콘텐츠에 대해 아프리카TV의 운영정책과 제재기준을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며 대책마련 계획을 설명했다. 물론, 아프리카TV도 비판받을 지점이 적지 않지만 취재에 충실히 응하고 대책을 내놓으며 최소한 ‘무관심’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구글이 최근 벌어진 논란에서만 이런 태도를 보인 건 아니다. 뉴미디어 분야를 취재하면서 이미 비슷한 일을 수차례 겪었다. 지난 4월6일 유튜브에서 혐한 콘텐츠에 한국 기업의 광고가 붙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주의단체 콘텐츠에 미국 기업 광고가 붙어 광고주들의 유튜브 불매운동이 불거지던 시점이었다. 미국 본사는 경영진이 나서서 알고리즘 개선의지를 밝혔으나 구글코리아는 입장을 주기는커녕 담당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직후였던 4월21일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 구글코리아 상무가 나와 유튜브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그 알고리즘이 ‘혐한’콘텐츠에 한국 광고주를 매칭하는 데 대해 사업자들이 불안해한다며 대응방안을 물었다. 그 상무는 “이 자리에서 할말이 아닌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그 상무는 기자에게 프레스증을 나눠줬던 이 행사에 ‘비보도’를 요청했는데, 이 역시 납득하기 힘들었다.

앞서 스노든이 구글이 미국 정부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을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이용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공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불안해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자료를 요청하자 구글코리아는 “한국에는 개인정보 담당 조직이 없다”며 미국 본사에 소송을 걸라고 했다. 구글 약관에 ‘구글코리아 개인정보팀에 문의하라’는 문구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활동가들이 소송을 제기해 재판부가 ‘구글코리아 조직도’를 요구하자 구글코리아는 ‘조직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이 명함 수집에 뛰어들어 직접 조직도를 만들며 맞서야 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2일 경실련 강당에서 구글 및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2일 경실련 강당에서 구글 및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5년 7월 이 소송과 관련한 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취재했을 때 구글코리아의 입장을 물었다. 메일로 이런 답변이 왔다. “구글은 국내법을 존중하며 준수하고 있습니다. 본 소송에서 제기되는 질문에 대해 법적 채널을 통해 최선을 다해 성실히 답하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1심 판결이 나왔을 때는 “판결문을 전달 받지 못하여 그 자세한 내용을 아직 파악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구글은 항상 국내법을 존중하며 준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도, 시민단체가 자료를 요청해도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하는데 일반 이용자들이 제대로 된 권한을 누리고 있을리는 만무하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앱 점유율은 73%에 달한다. 구글이 규제나 납세, 통신사에 내는 데이터 비용 면에서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반복하려는 게 아니다. 상대적 형평성을 따지기에 앞서 절대적인 측면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해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게 진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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