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였던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이 2013년 5월 MBC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공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C 내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백종문 MBC 부사장이 시선집중 제작진과 라디오국 간부 등 손 사장 주변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손 사장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박건식 전 MBC PD협회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15년 5월 손 사장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해 5월30일 언론정보학회에서 손 사장을 만난 박 전 회장은 “(손석희 사장은) 당시 ‘시선집중’을 그만두게 된 이야기를 말씀하셨다”며 “백종문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이 계속 자기 주변을 괴롭혔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시선집중 제작진과 간부, 라디오국 간부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고 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과 백 부사장은 휘문고 선후배 사이다. 박 전 회장에 따르면, 손 사장은 직접 고등학교 후배인 백 부사장을 만나 “불만이 있으면 차라리 나에게 이야기 하라”고 했고 이 자리에서 시선집중을 그만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손 사장은 박건식 전 회장에게 “시선집중을 살리려면 후임은 유시민 한 명 밖에 없다고 하고 (MBC에서) 나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선집중에 대한 사측의 견제와 검열은 상시적이었다.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라디오 PD들의 제작 중단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이들에 따르면, 시선집중 탄압의 신호탄은 2011년 시사평론가 김종배씨 하차였다.

김씨는 당시 11년 동안 시선집중 코너 ‘뉴스브리핑’을 진행했다. 김씨는 마지막 방송에서 “오늘부로 뉴스브리핑을 중단하게 됐다. 그동안 방송환경도 많이 바뀌었는데 뜻하지 않게 갑작스럽게 작별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밝히며 외압에 의한 하차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뉴스룸 앵커·왼쪽)과 백종문 MBC 부사장. 두 사람은 휘문고 선·후배 관계다. 사진=JTBC, MBC
▲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뉴스룸 앵커·왼쪽)과 백종문 MBC 부사장. 두 사람은 휘문고 선·후배 관계다. 사진=JTBC, MBC
진행자인 손 사장이 김씨 하차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했으나 회사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못한 채 하차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 코너 진행자가 빈번하게 바뀌었는데 MBC 라디오 PD들은 “회사는 입맛에 맞는 인사가 섭외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패널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배우 김여진씨 역시 그해 시선집중 코너인 ‘보수 대 진보 토론’ 패널로 격주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MBC 방송심의규정’ 이유로 출연이 무산됐다. 이른바 ‘폴리테이너’(politician+entertainer)라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선집중을 연출했던 박정욱 라디오 PD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을 섭외했는데 담당 국장은 ‘노래를 틀어도 좋고 시민 아무나 인터뷰해도 좋으니 그 사람은 안 된다’고 말했다”며 “방송이 결국 못 나갔는데 이 정도로 묵살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상식 밖의 이야기를 듣고 손석희 교수는 ‘더 이상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겠구나’하는 심정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박 PD는 “2013년 초 시선집중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편성돼 있었는데 토요일 방송을 제작진과 상의없이 폐지했다”며 “손 교수는 보직부장에 면담을 요청하고 항의했는데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결국 상시적인 통제와 검열이 손 사장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내용과 관련, 백종문 부사장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28일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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