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본부 간부들의 노조 혐오와 지역 폄하 발언이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MBC 기자협회(협회장 왕종명)가 내부 제보를 통해 확인한 간부들의 폭력적 발언들이 속속 폭로되고 있는 것.

MBC 기자협회가 28일 오전 발행한 ‘비대위 특보’를 보면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경력기자 3명을 위한 식사 자리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에 가입한 경력기자들을 언급하며 “그 둘은 소고기를 사줬는데 다음날 바로 (노조에) 가입하고 말이야. 걔네들 다시는 사회부 발도 못 들이게 할 거야”라고 발언했다.

▲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 사진=MBC
▲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 사진=MBC
MBC 기자협회에 따르면, 당시 식사자리에 있던 한 참석자는 “당시 이 발언이 노조에 가입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거라는 강력한 경고로 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언에 따르면, 오 본부장은 지난 4월 입사한 경력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겉으로는 얌전한데 SNS에 회사를 욕보이는 글을 올려 내가 날린 적이 있다”고 발언했다.

오 본부장은 본부노조를 ‘나치’에 비유해 논란을 부른 인물로 최근 보도국 간부들에게 “끌려 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결사항전’을 주문한 핵심 간부다.

세월호 유족 폄하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던 박상후 시사제작국 부국장도 문화부장이던 시절 “영화판이 빨갛게 물들었다”며 “한국 영화는 다 없어져야 한다. 훌륭한 미국·일본 영화가 있는데 한국 같은 나라에 왜 영화가 필요한가. 한국 현대문학도 모두 쓰레기”라고 수시로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조선은 아주 미개한 나라였다”며 “‘일제강점기’는 좌파가 만들어 낸 표현이기 때문에 쓰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 때문에 ‘식민 시대’라는 MBC 기사 내 표현이 ‘암울한 시대’로 바뀌었다는 증언도 복수의 기자들이 폭로했다.

박 부국장의 지역 폄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전국부장이었던 시절, 같은 부의 한 기자 증언에 따르면, 박 부국장은 2014년 6월 서울 이태원 회식 자리에서 한 카메라기자에게 고향을 물었고 ‘순천’이라는 답을 듣자 “홍어였네”라고 발언했다고 MBC기자협회는 폭로했다.

▲ 지난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광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박상후(왼쪽)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극우논객 변희재씨(오른쪽) 옆에 서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광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박상후(왼쪽)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극우논객 변희재씨(오른쪽) 옆에 서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또 다른 기자도 “박 부국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나와 부모님 고향을 물었고 서울이라고 답했더니 ‘너는 홍어 아니구나’라고 말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홍어’라는 표현은 극우 사이트는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전라도 지역을 폄하하는 단어다.

박 부국장은 2014년 5월 MBC 메인뉴스 리포트를 통해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일베에 올라온 글을 MBC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이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뉴스 원고에 넣으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참석해 이념 편향성을 보여준 바 있다. 

MBC 복수 기자들에 따르면, 허무호 MBC 보도국 편집센터장도 “뽑아준 사람한테 신의를 지켜라”며 “노조 가입해서 배신 때리지 마라”는 말을 했다.

이에 대해 오 본부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고 박 부국장도 “그런 사실이 없고 홍어 얘기는 악랄한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고 MBC 기자협회는 밝혔다.

MBC 기자협회는 “인사상 불이익을 전제로 던지는 발언이 보도부문 간부들 사이에 일상화돼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권한 남용, 협박성 발언을 계속 수집하고 있다”며 “또한 해당 발언에 대한 제보자를 추적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특보를 통해 계속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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