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출신 등 친박 인사들과 최순실 게이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간부를 KBS 시청자위원으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는 지난 18일 28기 시청자위원회 인선을 완료했는데 친박 인사를 비롯해 결격사유 소지가 있는 위원이 선임돼 논란이 예상된다. KBS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에 따라 프로그램을 비평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각 분야별 단체가 추천한 인사 중 KBS 사장이 위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변호사단체 몫 인사로 선임된 황성욱 ‘한반도 통일을 위한 인권과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변호인을 맡았으며 현재는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 변호사는 인터넷매체 정규재TV에 출연해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KBS가 여러 변호사단체 중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한반도 통일을 위한 인권과 변호사모임’ 추천 인사를 선임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 인터넷방송 '신의 한수'와 '정규재TV'에 출연한 황성욱 변호사.
▲ 인터넷방송 '신의 한수'와 '정규재TV'에 출연한 황성욱 변호사.

청소년 단체 몫으로 선임된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을 지냈으며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부대변인,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하지원 대표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황성욱, 하지원 두 위원은 자유한국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정치권 인사의 경우 ‘현재 당원 신분’인 경우만 제한하고 있다.

‘경제문화’몫 위원으로는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임명됐다. KBS가 전경련 추천을 받아 시청자 위원을 선임한 전례는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 때 핵심 당사자 단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시청자위원회의 ‘경제문화’ 추천 몫을 광고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받은 점 역시 일각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 시청자위원회에는 언론분야 몫 위원 3명이 임명되는데 이번 기수에는 KBS 해설위원 출신인 박홍일 ‘디지털시청 100%재단’ 이사장과 윤흥식 KBS 사우회 이사가 임명돼 이례적으로 3명 중 2명이 KBS 출신으로 채워졌다. 외부 감시 및 견제라는 시청자위원회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박홍일 위원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디지털시청 100%재단’이 KBS와 KT스카이라이프가 공동출자한 재단이라는 점에서 결격사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해당 방송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위원직을 수행해선 안 된다.

▲ 28기 KBS 시청자위원 명단.
▲ 28기 KBS 시청자위원 명단.

이와 관련 KBS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디지털시청 100%재단’은 KBS가 출자한 기구인 건 맞지만 난시청 해소를 위한 공익재단이라는 점에서 KBS와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KBS가 친박성향 및 KBS 출신 인사들을 시청자위원으로 선임한 데는 보도 견제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방송법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논의에 따라 방송편성 및 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의견제시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으며 자료제출 및 관계자 출석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KBS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청자위원회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KBS는 “다양한 분야의 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엄정한 심사로 선정했다”면서 “지원자들의 전문성과 다양성, 대표성, 활동성 및 방송이해도 등을 중심으로 심사했고 이 과정에서 각 지원자의 정치적 성향 또는 개인적 변호 활동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KBS 28기 시청자위원의 임기는 오는 9월1일부터 2018년 8월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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