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독립과 자유는 정부가 아니라 방송 구성원들의 자율적 행동과 시청자들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김태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로 격상시켰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과 언론 길들이기에 대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은 구성원들의 판단에 따르자면서 당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장을 애초 강효상 대변인에서 최고위원급으로 격상했다. 현재 ‘공영방송 정상화’를 가장 열렬히 원하는 공영방송 구성원들과 공영방송 주인인 국민은 지난 박근혜 정권의 ‘친박’ 낙하산 이사장과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말하는 구성원과 시청자는 ‘공범자’ 혹은 ‘언론장악 부역자’라고 불리는 현 공영방송 이사·임원들과 10% 내외의 한국당 지지자밖에 안 남는다. 한국당이 공영방송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게 가장 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 6월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 윤창현 SBS본부장(앞줄 오른쪽) 등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지난 6월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 윤창현 SBS본부장(앞줄 오른쪽) 등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정 원내대표는 “만약 (문재인 정권이)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사퇴 종용, 또는 공영방송 내부에 노사 갈등을 부추긴다면 우리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법적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 22일 “부적격 인사인데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국회 업무보고조차 ‘보이콧’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앞서 11일엔 이효성 위원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상대로 방통위원장 임명무효 확인 소송 또는 임명처분취소 소송,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절차대로 임명된 방통위원장에겐 정치권이 퇴진을 요구할 수 있지만, 공영방송 사장에겐 퇴진 요구는커녕 법적인 규제·감독권마저 발휘해선 안 된다는 모순적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6월 말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5.6%의 구성원이 김장겸 사장의 퇴진과 고영주 이사장 등 현 방문진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며 “KBS 설문조사 역시 조사 대상자 88%가 고대영 사장 퇴진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벌어지는 제작거부의 사태는 그러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통위는 제작거부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MBC와 KBS에 대한 현황 파악과 실태 조사 권한이 있다고 보인다”며 “고용·근로조건과 관련 특별근로감독만으론 현재 MBC와 KBS에 대한 방송의 공정성, 방송의 공익성을 제대로 세워달라는 구성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방통위가 즉각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도 “현재 대다수의 MBC 구성원들이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고, 국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정상화의 움직임에 일부 야당은 개혁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여전히 공영방송을 그들의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MBC의 상식 밖의 부당노동행위가 연일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겠다고 밝혔다”며 “검찰은 MBC의 노조 탄압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와 관련된 모든 인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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