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부터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지부장 이주영)가 뉴스통신진흥법 개정 등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내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연합뉴스 본사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연합뉴스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며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상법상 주식회사지만 주주 구성을 보면 공영언론사로 분류할 수 있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진흥회) 지분이 30.77%로 연합뉴스 사장 선임뿐 아니라 연합뉴스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머지 주식은 연합뉴스 회원사이기도 한 KBS가 27.77%, MBC가 24.73%, 중앙일간지 9개사가 11.82%, 지방일간지 9개사가 4.91%를 각각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진흥회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합뉴스지부가 23일 연합뉴스 1층에서 박노황 사장 등 경영진 퇴진과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합뉴스지부가 23일 연합뉴스 1층에서 박노황 사장 등 경영진 퇴진과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진흥회는 3년 임기의 7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번 4기 이사들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7명의 이사는 대통령 추천 2명,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1명,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각 1명씩 추천한다.

현재 진흥회 이사진은 박근혜 정권 쪽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 다수다. 사장 선임 시 청와대 영향력을 줄이고 이사진 숫자를 늘려 특정 세력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문제의식이다.

이주영 지부장은 “여야 6:1 구도를 개혁하기 위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을 위한 사내 논의를 본격화한다”며 “오는 25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향후 조합원 총회에서 구성원들의 의지를 확인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지부 지배구조개선 특위 양정우 간사는 “2015년 3월 박 사장을 선임할 때, 그는 2012년 파업 당시 불공정 보도와 인사 전횡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내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은 다 묵살됐다”며 “사장 임명 시기만 되면, 좋은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불합리한 과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간사는 “현재 연합뉴스 사장추천위원회는 진흥회 내규로만 규정이 돼 있는데 사추위를 진흥법에 명문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사내 여론이 사추위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진흥회 이사 구성과 사장 추천 과정에는 권력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2015년 3월 4기 진흥회(2014년 12월 출범) 사추위 구성할 당시 사추위 구성은 5명으로, 2013년 3기 진흥회와 동일한 숫자로 구성했지만 ‘진흥회와 노조 공동 추천 몫 1인’을 진흥회 이사장이 ‘진흥회와 연합뉴스 경영진 공동추천 1인’으로 바꿨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지부는 “퇴임 경영진이 차기 사장을 뽑는 사추위원을 추천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지부는 지난 5월부터 박 사장 퇴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차기 사장을 꿈꾸는 연합뉴스 출신들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연합뉴스 출신 인물을 거론하며 인맥을 동원해 ‘권력 줄대기’를 한다는 소문이 회사 안팎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이 없는 한 차기 사장 역시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이 꿰찰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 이주영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이 23일 연합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이주영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이 23일 연합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 지부장은 “기자협회가 매년 기자들 300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조사한다”며 “2015년 연합뉴스는 응답자 15%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았고 응답자 10.2%가 신뢰할 수 있는 매체로 꼽아 영향력 3위, 신뢰도 4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박노황 체제 2년간 경영진들이 회사를 망친 끝에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로 줄었다”며 “가장 신뢰하는 매체라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장충기 문자’를 통해 연합뉴스 간부들과 삼성 그룹의 유착이 폭로되면서 퇴진 여론은 거세졌지만 경영진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김지연 연합뉴스 지부 사무처장은 “아무런 반성 없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경영진을 대신해 독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한다”며 “당당한 기사를 쓰겠다고 부끄럽지 않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사장 퇴진 기수별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98~2000년에 입사한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연합뉴스 경영진에게 주어진 3년 임기는 외부 눈치를 보지 말고 공정 언론을 만들라는 것”이라며 “박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스스로 권력의 주구가 됐다. 3년 임기는 권력 주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합뉴스 추락을 방관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도 임기를 채울 자격이 없다”며 “이문호 진흥회 이사장 등은 연합뉴스 정상화의 걸림돌”이라며 “바깥에서 열심히 삼성을 도왔다는 이창섭(현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은 언론사에서 정년을 채울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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