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협박이 담긴 유튜브 생중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규제해야 할까? 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방통심의위의 정상화와 공정경쟁질서 확립방안’ 세미나에서 최근 벌어진 ‘살해협박 유튜브 생중계’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나왔다.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심의규정을 만들어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미 존재하는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 10일 유튜버 김윤태는 ‘갓건배’를 살해하겠다며 ‘갓건배 집 가는 길’이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갓건배는 게임 ‘오버워치’ 이용자로, 게임을 하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성희롱하고 비하하는 것을 ‘미러링’(상대에게 자신이 당한 것을 똑같이 되돌려 주는 일)하는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에게 갓건배는 ‘남혐 BJ’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한 갓건배는 콘텐츠를 통해 6·25전쟁 희생자에 대한 비하나 모욕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윤태는 갓건배의 주소지를 알아냈다며 “갓건배를 죽이러 가겠다”며 살해협박을 했고, 이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접속자는 7000명에 달했고, 이들 중 일부는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에 김윤태는 연행됐고,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 5만 원을 부과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BJ 신태일은 ‘갓건배 말고 또 다른 저격할 X 찾습니다’라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유투버 신태일의 방송 목록. 갓건배 외 또 다른 저격할 X를 찾는다는 방송이 올라가 있다.
▲ 유투버 신태일의 방송 목록. '갓건배 외 다른 저격할 X 찾는다'는 방송이 올라가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별도의 심의규제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최영묵 교수는 “해당 사건과 같은 경우는 방송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혐오표현 규제 등에 관한 입법을 강화해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교수는 한국에서 만약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이 입법됐다면 해당 사건에 경찰이 범칙금 5만 원으로 결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 규제가 아니라 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혐오발언이나 살해협박 등이 담긴 콘텐츠에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미선 교수는 “해당 방송을 7000명이 보고 있었고, 그에 따르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하더라도, 방송 자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 교수는 “특히 초등학생이 몰려있는 등 이런 방송을 보는 연령층이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청소년이 접하는 유해성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연구자들은 지상파나 종편 정도만을 접하며 규제의 틀이나 정책을 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방통심의위의 정상화와 공정경쟁질서 확립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방통심의위의 정상화와 공정경쟁질서 확립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에 최영묵 교수는 만약 방통심의위가 1인 미디어 등에 규제를 하게 될 경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구글과 유튜브 등이 사실상 SNS를 지배하고 있는데, 국내의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하지 못한다”며 “실효성이 없는 규제를 시행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외국 플랫폼으로 떠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심미선 교수는 역차별 문제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해외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 등에는 몇 명이 모여서 같은 의견으로 민원을 내면 차단이 되는 기능이 있다”며 “방통심의위가 시민 배심원 등을 꾸려 민원을 넣어 콘텐츠를 차단하는 식으로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방통심의위의 △법적 성격과 위상 정비 △위원 구성 변화 △위원 임기 이후 정치활동 금지 원칙 설정 △정책 목표 및 철학 재설정 △시민참여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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