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과 일선 법관들의 개혁 요구가 거센 가운데 세계일보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대법원의 대외비 보고서를 1면과 4면에 걸쳐 보도했다. 대법원이 작성한 대외비 문건 ‘사법행정담당기관의 재편성’에 따르면 대법원은 행정처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뒤 재편방향과 몇 가지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해당 문건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취임 시기인 2005년 9월 A4용지 8장으로 작성됐고, 당시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법관이 작성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행정처는 법무부 등의 역할 미흡으로 그 담당 업무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사법행정 비대화라는 문제에 당면했다”며 “소위 엘리트 법관 위주의 사법행정 운영을 통해 사법부 관료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은 행정처의 현재 역할과 기능 등에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법행정 담당기관 재편필요성을 언급할 뿐 아니라 개편 방안을 골자로 행정처의 사법행정 연구·의사 결정·집행 기능을 분산해 별도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행정처는 집행기능만 맡는 방안, 일선 법원 법관도 참여하는 별도의 의결기구(전국법관회의)를 구성하는 방안 등 3가지를 제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구체적인 행정처 개혁 방향으로 행정처를 집행기관으로 바꾸고, 형식적인 의사결정기관 역할을 하던 대법관 행정회의를 실질화하거나, 절차적 민주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별도의 의결기관(법관회의)을 설립해 사법행정 의사결정의 투명성 확보, 사법정책의 수립 등 연구업무는 별도 연구기관 수행, 법관의 사법행정 참여는 연구업무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사법행정 최고 의결기구는 ‘대법관회의’지만 실제 주요 의사결정은 행정처의 각 실·국장을 비롯해 차장, 처장을 거쳐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밀실 속 결재라인을 거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계일보는 다른 기사에서 법원행정처의 문제점으로 소수 엘리트 법관이 사법행정을 독점하고 있고, 대법관 중 행정처 출신이 80.2%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행정처 개혁’ 논란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사법행정위·평의회·법관회의 등 권한을 수평적으로 분산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 23일자 세계일보 4면
▲ 23일자 세계일보 4면

세계일보는 “보고서가 모델로 꼽은 미국 사법부의 경우 연구업무는 법관회의 산하 각 위원회 및 연방사법센터에서 담당하고 의사결정은 연방법관회의에서 이뤄진다”며 “행정처는 집행업무만 담당하고 특히 최고정책결정기구인 연방법관회의는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지만 나머지 회의 구성원은 전국 12개 항소법원 법원장과 지역에서 선출된 지방법원 판사들”이라고 전했다.

미국 사법부 행정처는 집행기관 업무만 담당하고 차장 등 직원 대부분이 변호사 출신의 사법행정 전문가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계일보는 “실제 당시 행정처 개편에는 보고서가 제안한 내용 중 극히 일부만 반영됐다”고 분석하며 “사법정책실, 송무국, 인사실 등으로 분산돼 있는 정책개발 및 연구기능을 사법정책실로 통합하는 방안과 정보화 담당부서의 재편 등 소폭 개편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봤다. 내부 반발 탓에 개혁이 미비했다는 뜻이다.

이에 세계일보는 “최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측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행정처 개혁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공방

여야는 22일 대통령이 전날 지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1968년 이후 첫 비대법관 출신 후보라고 소개한 뒤 “대법원 개혁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며 “기수와 서열에 물든 낡은 사법체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분”이라고 평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사법부는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일선 법관들의 동요가 심각하다”며 “김 후보자는 흔들리는 대법원의 권위를 바로세우고, 법원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기존의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김 후보자를 “좌편향 코드 사법화가 우려된다”고 공격했다. 김 후보자가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며 이런 비판을 내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코드 사법화가 심히 우려된다”며 “우리법연구회는 사법부의 하나회로 불린 적폐조직으로 많은 분이 사법부의 정치화, 코드화, 이념화를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정치색이 짙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대법원장 후보까지 헌재와 대법원을 정치재판소로 만들고 정치대법원화가 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사법부가 정권의 하수기관이 되지 않도록 견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개혁을 앞세워 사법부를 장악하려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색 고위법관은 왜?

경향신문은 1면, 3면 분석기사를 통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의미에 대해 살폈다. 인적쇄신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불가역적인 사법개혁을 시도하겠다는 큰 크림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인적쇄신이 사법개혁의 첫 단추”라며 “당장 두드러지는 건 세 후보자의 뚜렷한 진보색”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명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시절 전교조의 법외노조 효력중단 결정, 삼성에버랜드 노조원 부당해고 인정 판결, 이적단체 조작 사건인 ‘오송회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 등을 낸 법조인이다. 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듣는 것과 대비된다.

경향신문은 “사법 적폐의 핵심은 제왕적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법원행정처를 통해 서열화된 관료사법구조”라며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게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명자는 진보법조인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 의혹을 받는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직위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김 후보자가 평소 법원 관료화의 문제의식이 컸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의지가 있기 때문에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본 것이라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이 몇 가지 제도적 장치 마련이나 진보성향 고위 법관 확대와 같은 ‘소프트웨어’ 변화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부분이라고 봤다. “법원의 체질과 문화, 구조, 시스템 등” ‘토대’를 바꾸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이 신문은 “인적청산, 제도개혁, 세대교체가 세 박자로 맞물려 돌아가는 사법개혁은 역진이 불가능하다”며 “검찰개혁에 가려 ‘개혁 무풍지대’에 머물러있던 사법부의 견고한 성채가 밑동부터 흔들리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 23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 23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한편, 지난달 24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한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양 대법원장 사퇴, 불신임 의결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 판사가 소속 법원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양 대법원장 퇴진이나 국회 국정조사 촉구 요구도 있다. 설문에 응한 판사 101명 중 양 대법원장 입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69명에 달했다.

다음달 11일 3차 법관대표회의가 열리지만 3차 논의 내용은 9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양 대법원장이 아니라 사실상 김명수 후보자에게 하는 요구사항이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측했다.

다음은 23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99일 만에 미국 전역서 펼쳐진 ‘개기일식’”
국민일보 “국가장학금 카드 활용 사립대 입학금 폐지 유도”
동아일보 “美, 북핵관련 中-러 등 기업 10곳 추가제재”
서울신문 “미군 수뇌부 ‘북핵, 외교해법이 우선’”
세계일보 “‘北 도발 땐 큰 손해…김정은 옳은 선택 해야’”
조선일보 “北 협박에도…靑은 ‘대화 조급증’”
중앙일보 “미 사령관 넷 ‘김정은 현명한 선택하라’”
한겨레 “99년만에 북미대륙 4200km 관동…‘세기의 개기일식’”
한국일보 “文대통령 ‘영혼없는 공직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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