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일주일이 시작됐다. EBS의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14회가 21일 개막했다.

이번 EIDF 2017은 ‘다큐로 보는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EIDF가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24개국의 다큐멘터리 70편이 EBS 디지털통합사옥, 메가박스 킨텍스, 아트하우스 모모 등 3곳의 상영관과 EBS1 채널에서 상영된다.

21일 오후 7시 고양시 EBS 사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EBS가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등 4관왕에 등극하고 다큐 영화제 EIDF를 14회 까지 진행하는 등 콘텐츠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방통위는 이러한 EBS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축사를 전했다.

EIDF는 EBS 방송을 통해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8편의 경쟁작 중 대상 등 수상작을 가리는 시상식이다. 올해 EIDF 대상은 1만5000달러(한화 약 1700만원), 다큐멘터리 정신상은 7000달러(한화 약 8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개막식에 참석한 마이클 레노프 심사위원장(USC대학 영화학과 부학장)는 “심사기준은 첫째로 이 시대에 맞는 현안을 선택했는지, 즉 세계관”이라며 “또한 스토리텔링의 구성, 현재 우리가 겪는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용했는지 등을 다양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 21일 오후 7시 고양시 EBS에서 열린 EIDF 개막식에서 EIDF 심사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인 마이클 레노프 부학장이 심사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1일 오후 7시 고양시 EBS에서 열린 EIDF 개막식에서 EIDF 심사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인 마이클 레노프 부학장이 심사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올해 EIDF 시상식의 경쟁작 8편은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EIDF 경쟁작들 중에는 세상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지역이나 소수자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다수 등장했다.

댄 시클즈 감독의 ‘디나’(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방영)는 복합정신 장애를 가진 디나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디나 남자친구의 이야기다.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우리 사랑 이야기’(8월 21일 21시50분 방영)도 다운증후군 성인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40년 동안 다운증후군 학교를 다니는데, 성인이 된지 한참 지났음에도 가족들이 이들을 성인으로 여기지 않아 계속해서 학교를 다니는 에피소드다. 페라스 파야드 감독의 ‘라스트맨 인 알레포’(8월 21일 23시15분 방영)는 시리아 내전에서 ‘화이트 헬멧’으로 알려진 시리아 민간 구조대원의 헌신을 다뤘다.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스키·얀 코리디앙 감독의 ‘아흔 살 소녀 블랑슈’(8월 22일 23시15분 방영)는 알츠하이머 병동에서 음악과 춤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춤을 배우며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얀 코리디앙 감독은 개막식에서 “원래는 다큐에 등장하는 안무가의 이야기를 20분 정도로 짧게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했으나, 병동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만나면서 주인공을 바꿔 1시간 30분짜리 다큐를 만들게 됐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 14회 EIDF 경쟁작 8편.
▲ 14회 EIDF 경쟁작 8편.
이외에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쇼맨십을 다룬 ‘레이건 쇼’(8월22일 21시50분 방영)와 한국 부동산 버블을 다룬 ‘버블 패밀리’(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방영)는 정치적 주제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냈다. 레이건 쇼를 연출한 파초 벨레즈는 개막식에서 “레이건의 그 어떤 모습도 ‘퍼포먼스’라고 느끼지 않은 적이 없다”며 “정치와 엔터테인먼트가 가까워지다 못해 차이가 없어져가는 실상을 보고 다큐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 사회를 본 오상진 아나운서는 파초 벨레즈 감독에게 “그렇다면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냐”는 돌발 질문을 던졌고, 벨레즈 감독은 “지금 우리는 트럼프 쇼 안에서 살고 있다”는 답을 남기기도 했다.

▲ 21일 오후7시 고양시 EBS에서 열린 EIDF 개막식에서 파초 벨레즈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사진= 정민경 기자.
▲ 21일 오후7시 고양시 EBS에서 열린 EIDF 개막식에서 파초 벨레즈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사진= 정민경 기자.
한국 부동산 버블을 다룬 ‘버블 패밀리’의 마민지 감독은 “우리 가족 이야기가 한국 사회 문제를 담고 있다고 느꼈고, 그것의 연결고리가 부동산이었다”며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 개발사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쟁작 외에 EIDF에서 유명 인사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만날 수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블루벨벳’,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을 만든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의 삶을 다룬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아트하우스 모모 방영), 록 계를 대표하는 아이콘 데이빗 보위의 삶을 다룬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8월23일 21시50분 방영), ‘나, 다니엘 블레이크’, ‘빵과 장미’ 등 사회적 이슈를 영화로 녹여내는 영국의 거장 감독 켄로치를 주제로 한 ‘켄 로치의 삶과 영화’(8월27일 14시40분 방영)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문제를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도 3편 방영된다. ‘가족의 탄생’(8월22일 14시15분 방영)는 1955년부터 1985년까지 캐나다 정부가 시행한 선주민 아동 강제 입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마조나’(8월25일 25시 방영)는 여성에게는 당연히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모성’에 대해 의문을 남기는 영화다. ‘와이 우먼’(8월 23일 16시05분 방영)은 여성의 건강과 성, 참정권, 복지 문제 등을 다루는 3분짜리 단편 모음집이다.

또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달라진 미디어환경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VR 다큐 특별전’에서는 세계의 VR 다큐멘터리 화제작을 국내에 소개한다. ‘내 손 안의 다큐 - 모바일 단편 경쟁 부문’에서는 예심을 거친 모바일 다큐멘터리 9편을 상영하고 시상한다.

영화제의 상영 작품 및 상영시간, 부대행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EIDF 공식 홈페이지(www.eidf.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상영작은 다큐멘터리 전용 VOD 서비스인 D-BOX에서 방송 직후부터 7일간 무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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