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이 재임 기간 중 최소 500여 차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고대영 KBS 사장은 근거 규정도 없이 비상임인 이 이사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했고, 이사장의 사적 유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며 “이 이사장과 고 사장은 KBS에 억대의 재산상 손해를 끼쳐 업무상 배임죄를 저질렀다. 통상적 수준을 넘는 개인적 편의를 주고받아 부정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 이사장 재임 기간인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0개월 동안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총 668일(월평균 22.27일) 동안 운행 거리는 5만1820km(일평균 77.57km)였다. KBS 이사회 미개최일 동안 운행한 날은 538일이었고 이 가운데 휴일 운행은 67일이었다. 이 이사장 관용차는 제네시스 G80이며 운전은 KBS방송차량서비스(KBS 손자회사) 소속의 전담 기사가 담당했다.

▲ 이인호 KBS 이사장(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노컷뉴스, 미디어오늘)
▲ 이인호 KBS 이사장(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노컷뉴스, 미디어오늘)
문제는 이 이사장의 관용차는 오후 6시 이후에도 운행됐으며 오후 일정 상당수가 음악회 참석, 호텔 저녁 식사 등 개인 취미와 약속을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이다. 

이 이사장 본인이 탑승하지 않았는데도 관용차가 운행된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는 이 이사장이 주변 지인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 개인 심부름을 관용차 운전기사에게 시킨 것으로 언론노조 KBS본부는 파악하고 있다. 그가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의 운행 기록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필요해 보인다.

앞서 2015년 7월 이 이사장의 미국 해외 출장을 문제 삼은 언론노조 KBS본부를 상대로 KBS가 제기했던 정정보도 등의 소송 판결문을 참고하면, KBS 이사장의 행사 참석이 공식 업무이기 위해선 행사 주최 측이 KBS에 정식으로 KBS 인사의 참석을 요청해야 하고 KBS가 이사장의 참석에 대해 정식으로 결재해 이사장이 KBS를 대표하는 인사로서 참석해야 한다.

아울러 KBS 사장과 본부장 등 KBS 주요 임원을 위한 차량 관련 예산에 이사장 관용차 운행 예산이 배정돼 있을 뿐 ‘이사회 규정’, ‘여비 규정’, ‘자기차량이용보조금 지급지침’ 등 KBS 관련 사규에 KBS 이사장에 관용차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고 사장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제공된 관용차 제네시스 G80. KBS 새노조는 22일 오전 이 이사장이 재임 기간 중 최소 5백여 차례에 걸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제공된 관용차 제네시스 G80. KBS 새노조는 22일 오전 이 이사장이 재임 기간 중 최소 5백여 차례에 걸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사측이 이 이사장의 관용차 유용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며 “이사회 사무 전반을 관할하는 이사회 사무국은 관용차 운행 실태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정이 고 사장에게 보고됐을 것임은 당연하다. 고 사장이 이 이사장 관용차 유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관용차 임차료, 기사 인건비, 유류비 등을 고려해 관용차 유용이 KBS에 1억6700만 원 이상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이 이사장의 ‘업무상 배임’ 및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 사장 역시 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KBS 사장은 KBS 운영과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을 총괄하는 직위다. 고 사장은 이 이사장이 일상적으로 관용차를 탈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는데도 이 이사장 관용차 관련 예산을 배정해 KBS의 재산상 손해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성재호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이사장의 업무와 대외적인 위상, 이사장으로서의 체면 등 여러 가지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타고 다녔다”고 해명했다. 

휴일에도 관용차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모르겠다”고 밝혔고 시간 외 사용에 대해서는 “음악회라든가 그런 데 갔을 때 타고 다녔다”고 인정하면서도 “내가 거기 가면 KBS 이사장으로 사람들에게 인지가 되고 하니까 관용차를 타고 가는 거다. 내가 사람을 만나는 것이 KBS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 등을 고려해서 이사장에게 차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본부장이 “이사장이 차를 타지 않은 채 심부름도 자주 시켰지 않느냐”고 묻자 이 이사장은 “무슨 심부름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는 길에 뭐를 픽업하라든가 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이사장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려고 22일 오전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이사장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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