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MBC 제작거부 사태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현재까지는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지만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명령’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방통위가 생긴 이래로 사실상 첫번째 공영방송 실태조사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8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방송사 내부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려고 담당 부서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 방통위 안팎에 따르면 현재 방통위는 KBS와 MBC의 제작거부 및 중단 사태와 관련해 언론보도, 관계자 의견 등을 토대로 ‘왜 제작거부 사태가 벌어지는지’에 대한 현황 파악을 하는 단계다. 방통위는 실태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자료제출을 요청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한 방통위 차원의 조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없었다. 지난 정부 때 ‘백종문 녹취록’ ‘이정현 녹취록’ 파문 당시 야당(현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조사’를 요구했지만 최성준 위원장은 ‘내부 노사 문제’로 규정하며 논의를 미뤘다.

따라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전례 없는 조사라며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의 18일 발언 이후 21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경거망동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방송사를 조사할 권한은 방송법에 명시돼 있다. 방송법 제98조 1항에 따르면 방통위는 필요한 경우 방송 사업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방송법 제99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없이 방송을 중단하는 등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경우 방통위는 방송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방통위 차원에서 위법행위를 발견하면 검찰에 직접 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일 이번 사태가 파업으로 이어지면 ‘시청자 이익 저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방통위가 처벌을 전제로 개입하게 될 명분이 생긴다.

앞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은 “KBS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의 해임안 표결을 미루면서 KBS 새 노조를 포함한 양대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고, 이는 시청자 이익을 침해하는 사태”라며 “방송법에 따라 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행정처분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전례가 있다. 

당시는 다수인 박근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논의를 막았지만 현재는 방통위 내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과반인 3석(전체 5석)에 달한다. 또, 의석 1석을 가진 국민의당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등 방송 정상화 정책에 공조하고 있는 만큼 관련 안건이 상정되면 무리 없이 ‘자료제출’ ‘시정명령’ ‘고발’ 등이 추진될 수 있다.

조사 결과 현재 의혹으로 불거진 방송문화진흥회의 노조원 업무배제 지시 등 방송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인정되면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해임안 논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효성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본적으로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가 보장된 건 사실이지만 임명한 사람이 해임권도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은 방송사 내부상황을 알아보는 단계”라며 “방송법에 규정된 시청자 이익 저해 행위가 발생하게 되면 방통위 차원의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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