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지고, 독립운동가들이 대접받는 인식을 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역사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신흥무관학교 설립 등 무장투쟁의 토대를 마련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경북 안동 임청각)에 일제가 철도를 놓아 반토막낸 사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라며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며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며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고,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다”며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유공자 어르신 마지막 한 분까지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느끼시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 발견 △잊혀진 독립운동가 발굴 및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보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은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나라를 되찾고,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 그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예우 확대 방침를 두고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로소 독립운동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을 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이 의원은 1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DJ, 노무현 정부 토대 위에서 제대로 계승되는 우리 역사의 진전과정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문재인 시대에 이르러 좀더 자신있게 우리 역사에 대해 분명히 성찰적 자세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무래도 과거 역사의 빚을 덜 진 대통령으로써 분명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들어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남루하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는지를 소개했다.

“늘 얘기하듯, 1960년대 집을 방문해주신 할아버지 제자들이나 동지들을 보면 정말 그 분들은 불쌍한 촌노, 남루한 촌노였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얘기해준 것이죠. 그분(독립운동가)들이 드골 대통령 시대 태어났다면 구국항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영웅이 됐을 거에요.”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관직 선생이 해방후 자신의 집에 드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관직 선생은 대한제국 장교 출신으로, 일제가 군대를 해산한 1907년 청년 장교로 상소를 읽었으며 신흥무관학교에서 제식 사격 등 군사훈련 관련 교본을 쓰고 청산리‧봉오동 전투에 참가했다. 광복군 제3지대장을 하다 해방후 귀국했다.

이 의원은 “어떻게 된 일인지 그분이 살아서 돌아오셨다”며 “그런 경력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신흥무관학교 때부터 할아버지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 우리집에 오곤 했는데, 그 때마다 완전히 찌그러지고 남루한 촌노의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아버지가 적게나마 월급을 받는 직장에 있었기 때문에 이삼일 묵고 가시면서 아버지에게 노자돈을 받아가셨다”며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독립운동의) 영웅이었다. 전쟁영웅을 그렇게 취급하는 게 어디있느냐. 말도 안된다. 제대로 되지 못한 나라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 눈에 띈 그분들의 그 때 모습이 1960년대의 항일운동한 분들의 일반적인 형편이었다”며 “이러니 3대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분도 자손이 있다. 이제 대통령이 그런 역사를 똑바로 보겠다고 한 것이다. 그 때 그런 대우를 한 것은 잘못됐다, 이를 바로잡겠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 때 광복절 기념식 땐 3층 맨 꼭대기에 앉아있었는데, 이번에 떳떳하게 맨 앞에 앉아서 기념식을 자랑스럽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대한민국 건국일이 1919년이라 규정한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틀렸다며 1948년 8월15일이 건국절(일)이라는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그들 스스로 명백한 역사적 증거를 두고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그들이 가장 중심인물로 놓고 싶은 이승만 전 대통령도 1948년 관보에 건국일을 임시정부 수립일을 기점으로 했다”며 “그 시대에도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었던 증거를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해도 더 이상 그런 얘기하지 말고,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건국일을 임시정부 수립일로 하고, 독립투쟁의 역사를 정부 수립의 요건으로 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며 “건국을 기점으로 해 쟁취한 항일 투쟁의 역사를 건국의 범위 내에 넣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분들이 항일운동 투쟁사를 건국의 역사에 넣고 싶지 않는 것 같다”며 “그들의 심적 자세를 이해할 수 없다. 왜 역사적 사실조차 외면하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들이 친일세력을 뿌리로 두고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싶어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식민지 근대화론처럼, 우리가 주체적 자주적으로 광복해서 그것이 근원이 돼 정부수립으로 이어졌다는 과정을 단절하려는 태도가 아니겠느냐. 더 이상 그런 주장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구태의연하지 않느냐”며 “지금이라도 역사를 제대로 보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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