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문자에서 드러난 연합뉴스 간부들과 삼성의 유착을 비판하는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차장대우인 연합뉴스 23·24·25기 기자 40명, 29기 기자 12명, 26·27기 기자 17명이 성명을 발표한 이후에도 경영진 사퇴 촉구 성명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입사한 33기 기자 32명은 16일 성명을 통해 “박노황 사장과 경영진은 우리 자부심을 짓밟았다”며 경영진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가 장 전 차장에게 “늘 감사하다”며 보낸 문자를 “충성 문자”라고 비판한 뒤 “끝내 사원 추인을 받지 못해 대행에 머무른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삼성증권 전 사장으로부터 ‘진심으로 열심히 기사 방향을 잡으며 밖에서 삼성을 도왔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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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2008년 입사한 30기 14명과 2007년 입사한 28기 10명 역시 이날 연명으로 성명을 냈다.

30기 기자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삼성에 사역한 언론사의 기자가 돼 있었다”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취재 현장을 누비며 한 자 한 자 적은 기사는 도매금으로 외면당했고 우리는 조롱받았다”고 자조했다.

30기 기자들은 ‘장충기 문자’를 지적하며 “회사가 위기라며 경위서와 징계, 부당인사와 해고를 무기로 사원들을 겁박하고 감사팀을 앞세워 공포 통치를 했던 경영진은 알고 보니 개인 영달이나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며 노조의 공정보도 투쟁을 ‘발목잡기’로 폄하하고 독선적인 회사 운영을 했던 경영진은 알고 보니 뒤로 호박씨나 까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본 권력에 메시지를 보내며 도대체 누구에게서 무엇을, 무엇으로부터 누구를 지키고자 한 것인가”라며 “경영진은 유난히 애국심을 강조했던 지난 정부 시절 ‘애국 코스프레’로 정치 권력에 기대고, ‘문안 상소문자’를 보내 자본 권력에 줄을 댔지만 정작 연합뉴스를 지킬 마음은 없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으로 위기를 말하면서 뒤로 호박씨를 까는 경영진은 자격이 없다”며 “무자격 경영진은 연합뉴스에 필요가 없다. 경영진은 더는 우리를 치욕스럽게 말고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경영진 퇴진을 촉구했다.

28기 기자들도 “연합뉴스는 정권 코드에 맞춘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파업 관련 보복 인사, 부당 해고, ‘장충기 문자’까지 독선으로 가득찬 경영진의 행보에 휘청거렸다”며 “현 경영진의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해사 행위’다. 사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내부 결속을 운운하는 경영진에 더는 연합뉴스를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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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 사진=연합뉴스
‘장충기 문자’에서 언급되거나 직접 문자를 보낸 인사는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과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다. 지난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2015년 7월8일 장 전 차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문자에서 황 회장은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창섭 편집국장도 있다”며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다. 나중에 아는 척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실장은 삼성 측과 “기사 방향을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는 관계였고 삼성에 “진심으로 열심”이었던 인사였던 것.  

▲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실장을 겨냥해 11일 “충격적인 것은 매년 혈세 수백억을 받는 연합뉴스 핵심 보직 인사가 대단히 노골적인 방식으로 삼성에 사역했다는 점”이라며 “무엇을 위해 이렇게 모든 것을 내팽개쳤나. 노조가 진상을 규명하자고 요구했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의혹이 제기됐던 지난해 7월 이후로 추정되는 시기에 정 전 차장에게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며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다.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간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조 상무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충기 사장과는 학교나 지역 등 어떠한 인연이 없다”며 “내가 경영진일 때 보냈다면 위로하는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면 다른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며 “(관계 개선 등을 위해) 가끔씩 ‘잘 지내시냐’는 식으로 (문자를) 보내곤 한다”며 “이와 관련해 일탈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내가 광고를 달라고 하거나 그랬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명절 때 주요 인사에 문안 인사를 올리곤 하는데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잘 극복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과 조 상무는 언론노조가 지난 6월 발표한 ‘3차 언론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래는 기자들의 성명 전문이다.

▲ 연합뉴스
▲ 지난 2015년 8월에 열린 ‘2015 연합뉴스 한반도 통일 심포지엄’에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상무(왼쪽) 안내로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블로그
[30기 성명] 자격 없는 호박씨’ 경영진, 더는 치욕스럽게 말고 물러나라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 B. 브레히트 ‘후손들에게’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삼성에 사역한 언론사의 기자가 돼 있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취재 현장을 누비며 한 자 한 자 적은 기사는 도매금으로 외면당했고, 우리는 조롱받았다.

박노황 경영진이 들어선 지 3년째다. ‘부끄러움은 왜 항상 우리의 몫인가’ 원망하다가도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열심히 소임을 다하면 사회도 회사도 더 나아지리라고, 어리석게도 믿었다. 그 믿음은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에 무참히 배반당했다.

회사가 위기라며 경위서와 징계, 부당인사와 해고를 무기로 사원들을 겁박하고 감사팀을 앞세워 공포 통치를 했던 경영진은 알고 보니 개인의 영달이나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며 노조의 공정보도 투쟁을 ‘발목잡기’로 폄하하고 독선적인 회사 운영을 했던 경영진은 알고 보니 뒤로 호박씨나 까고 있었던 것이다.

경영진은 삼성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이 있다’고 자못 탄식하고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간다’고 짐짓 우려했다.

자본권력에 메시지를 보내며 도대체 누구에게서 무엇을, 무엇으로부터 누구를 지키고자 한 것일까. 경영진은 유난히 애국심을 강조했던 지난 정부 시절 ‘애국 코스프레’로 정치권력에 기대고, ‘문안 상소문자’를 보내 자본권력에 줄을 댔지만 정작 연합뉴스를 지킬 마음은 없었던 모양이다.

문제의 그 문자메시지는 원래 이렇게 쓰여야 했다. “국민 여러분, 독자 여러분, 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국가기간통신사를 이용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려는 자들도 있고요. 연합뉴스와 공정보도를 지키는 일이 점점 어려워져 갑니다.”

우리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신발보다도 더 자주 공정보도의 신념을 바꿀 수는 없다. 불의가 있다면 분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입으로 위기를 말하면서 뒤로 호박씨를 까는 경영진은 자격이 없다. 무자격 경영진은 연합뉴스에 필요가 없다. 경영진은 더는 우리를 치욕스럽게 말고 이제 그만 물러나라.

2017. 8. 16. 고동욱 권영전 김승욱 김연정 김은정 김재홍 김태균 안홍석 양영석 이상현 이지헌 임수정 정아란 홍지인

[28기 성명] 국가기간뉴스통신사란 이름이 부끄럽다

국민의 혈세를 받으며 누구보다 공정 보도에 앞장서야 할 연합뉴스가 부역 언론으로 지탄받고 있다. 연합뉴스가 걸어온 길을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권 코드에 맞춘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파업 관련 보복 인사, 부당 해고, ‘장충기 문자’까지 독선으로 가득찬 경영진의 행보에 연합뉴스는 휘청거렸다.

하지만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반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부 구성원조차 수긍하기 힘든 주장에 외부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져만 간다. 참담하다. 현 경영진의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해사 행위’다.

사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내부 결속을 운운하는 경영진에게 더는 연합뉴스를 맡길 수 없다. 경영진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진정 연합뉴스를 생각하고, 나라를 위한다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 

연합뉴스는 당신들만의 회사가 아니다. 밤낮없이 현장을 지키며 공정 보도를 위해 노력해온 구성원들과 국민의 언론사다. 박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해사 행위를 중단하고, 연합뉴스의 명예 회복을 위해 결단하라.

고현실 김남권 박주영 신재우 신창용 임헌정 장덕종 전성훈 이영재 이지은

[33기 성명] 사과하고 사퇴하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서 거대 자본의 음모에 부닥친 형사가 내뱉은 대사다. 지금 한국 언론에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나날이 펼쳐지고 있다. 부끄럽게도 그 중심에 연합뉴스가 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연합뉴스에 입사할 때, 그저 월급을 받아 생계를 해결하겠다는 마음만은 아니었다. 펜과 사진의 힘으로 우리 사회를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꿨다. 가장 빠르고, 바른 뉴스를 전하다 보면 이 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덕분에 다른 언론사보다 센 업무 강도, 속보 압박도 견딜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가장 늦게 기자실을 떠나면서도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게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박노황 사장과 경영진은 우리의 자부심을 짓밟았다. 조복래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늘 감사하다”며 충성 문자를 보냈다. 끝내 사원 추인을 받지 못해 대행에 머무른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 대행은 삼성증권 전 사장으로부터 ‘진심으로 열심히 기사 방향을 잡으며 밖에서 삼성을 도왔다’고 칭찬을 받았다.

박 사장은 취임 초부터 전례 없는 국기게양식으로 정권 비위 맞추기 논란을 빚더니, 전 노조위원장을 지방으로 발령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문 기자를 부당해고하는 등 인사 전횡을 일삼으며 기자들을 위협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다. 600여명의 기자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워싱턴에서 카이로까지, 전국·전 세계를 누비며 국내 주요 포털과 200여개 방송·신문사에 뉴스를 전한다. 정부 구독료는 당근이 아니다. 한국 언론에서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받는 채찍이다. 수백 명의 땀방울을 자본과 권력이 아닌, 독자와 언론 노동자를 위해 흘리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우리는 짓밟힌 자부심과 잃어버린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을 되찾을 것이다.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일할 것이다. 동시에 싸울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우리의 자부심을 짓밟고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을 빼앗은 박 사장과 경영진이다. 그러니 박 사장과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사퇴하라. 마지막 경고다. 그것만이 한 때 기자였던 당신들이 바닥난 자존심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7.8.16

33기 강윤승 권숙희 김경윤 김선형 김수진 김수현 김아람 김지헌 김한주 김형우 류미나 박경준 박동주 박수윤 박철홍 방현덕 서혜림 설승은 성서호 오수진 오예진 윤지현 윤태현 이슬기 이태수 전지혜 정빛나 차근호 차병섭 한종찬 한혜원 현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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