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핵 문제 ‘대화 제안’도 못마땅한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또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이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에서 제기했던 문재인 정부의 안보 불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면서 한반도에서 정부 동의가 없는 군사적 충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적 시각의 조선일보는 북한을 향한 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이 못마땅하다는 태도다. 북핵 문제가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해법 제시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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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16일 “北은 도발 수위 높여가는데… ‘대화로 풀자’는 메시지 반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몇 달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2차례 발사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악화됐지만,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6·15 선언 17주년 축사, ’7월 베를린 구상‘에 머물러 있다”며 “대화 해법이 실패해 북이 핵보유국이 될 경우 최대 피해자가 될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2차, 3차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걸고 넘어졌다. 대통령이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복절 경축사에 2차·3차 대안은 왜 안 내놓느냐는 주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렸다”고 한 것과 관련해 “대북 제재가 궁극적으로 대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화와 제재가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대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제재’라고 설득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돌파할 새로운 제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북핵 문제 등 얽혀 있는 한반도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기본 원칙 등을 재확인했다”며 “최근 북한의 ICBM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한층 험악해진 한반도 안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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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우선 주력했다”며 “북·미 간 말폭탄으로 고조된 위기 해소를 위해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한반도 문제 최대 당사자로서 한반도 안보 위기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 내 선제타격론 등 강경론을 진화하고, 한국 정부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헌법마저 부정하는 ‘건국절’ 논란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뉴라이트’ 진영이 1948년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삼자는 역사관에 정면으로 맞서며 2019년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내년 8·15를 “정부 수립 70주년”으로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1917년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上海)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한 것”이라며 “1919년 전민족적 항일운동을 거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됐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분명히 했다.

[한겨레] _2019년이 건국 100년_ 임정 정통성 못박아 건국절 논란 쐐기_정치 05면_20170816.jpg
그러나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건국일 규정에 대해 “너무 당연한 1948년 건국을 견강부회해서 1919년을 건국이라고 삼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비판하며 또 다시 논란을 부추겼다.

류 위원장은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1대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 본인도 ‘19대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쓰는 이상 이승만 대통령을 초대 대통령이라고 인정하면서 1919년을 건국한 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류 위원장의 ‘1948년 건국절’ 주장 논란에 조선일보도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류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보수 역사학자들의 ‘건국절’ 주장을 ‘10년째 정치권·학계·시민단체 사이의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상당수 보수 진영 인사들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인 대한민국 정체성과 출범의 의의를 명확히 하기 위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과거 운동권 역사관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뉴라이트’ 운동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조를 따랐다. 한국당은 최근 발표한 당 혁신선언문에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文대통령, 또 _1919년 건국_… 광복절에 둘로 갈린 정치권_정치 06면_20170816.jpg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때 핵심 쟁점이었던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이라는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며 보수 진영과 맞서왔다”며 “보수 세력의 반격이 예상됨에도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의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건국절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또 조선일보의 구시대적 ‘운동권 타령’

문재인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조선일보의 ‘운동권’ 얘기가 빠질 리가 없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광복절 기념 공연인데… 운동권 노래 ‘그날이 오면’ 합창”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제강점기 노름꾼으로 위장해 독립운동 자금을 댔던 김용환 애국지사를 주제로 한 뮤지컬 ‘그날이 오면’을 관람한 것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공연 마지막엔 광부와 간호사, 군인, 소방대원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올라와 ‘그날이 오면’을 합창했다”며 “이날 불려진 ‘그날이 오면’은 80년대 운동권에서 주로 불렸던 민중가요”라고 지적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의 염원을 담은 노래를 두고도 ‘운동권’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의도다.

[조선일보] [동서남북]운동권 정부의 100일_오피니언 31면_20170816.jpg
조선일보는 문재일 정부의 100일을 평가하는 기자 칼럼에서도 ‘운동권 정부의 100일’이라고 명명했다. 이동훈 정치부 차장은 이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는 ‘운동권(출신) 정부’다. 대통령부터 운동권 대학생에 인권변호사 이력을 가졌다”면서 “운동권 출신이라고 해서 생각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30여 년 세월이 지나며 그들의 생각과 가치도 진화하고 변했을 수 있다. 그런데 스타일이 그대로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도 30여 년 전 반공 이데올로기, 운동권 혐오 논조는 그대로다.

이 차장은 “이 정부 사람들이 적폐 청산론을 처음 꺼내 들었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전 정권 핵심만 겨냥한 얘긴 줄 알았다”며 “그런데 대한민국을 세우고 만들어온 한국 보수 전체를 규정하는 용어가 적폐라는 게 정부 출범 이후 여러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국정원과 검찰 중심의 ‘과거 뒤지기’가 또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결국 ‘MB’는 건들지 말라는 ‘정치보복’ 프레임의 반복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사회 통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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