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PD들이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작 거부’에 돌입한 가운데, KBS 기자·PD들도 제작 중단을 예고하며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소속 기자 134명은 14일 성명을 통해 “고대영 KBS 사장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사장인 지금 그가 버틴 힘은 줄서기에 동참한 자에게 하사하는 ‘당근’과 바른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채찍’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영원할 줄 알았던 채찍은 낡아 힘을 잃었다”며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침묵을 비판한 기자에게, 부당한 제작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취재의 경위를 물은 기자에게 내려진 징계가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KBS 기자들은 최근 고 사장이 단행한 인사 등과 관련해 “고대영 사장이 당근을 흔들고 있다”며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는 거부한다.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행동에 나서겠다. 역사의 기록은 그 행위보다는 어떻게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교양·기획제작국 PD 133명도 “지난 10년 동안 강한 의지로 끝까지 취재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회사 안에서부터 시달리다 지치기 십상이었다”며 “‘성역은 없다’는 간부들이 가장 교묘하게 의지를 꺾어왔다.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적시에 해야 할 말을 하려고 하면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지기 일쑤였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PD들은 “고 사장 퇴진이 자유와 의지를 회복하는 필요조건”이라며 “고 사장이 권력의 언론 장악 10년, 비정상 공영방송의 마지막 실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제 우리의 손으로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승리를 위해 노조와 함께 제작거부, 파업,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KBS 기자·PD 성명 전문. 

[KBS본부 취재구역 성명]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권위란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입니다. 보도본부에선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이제는 희미해진 화석 같은 말입니다.고대영 사장이 한 번도 갖지 못해 틀어막은 것입니다.보도국장일 때도, 보도본부장일 때도 그리고 사장이 되어서도 그가 버틴 힘은 두 가지였습니다.

줄서기에 동참한 자에게 하사하는 당근과 바른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채찍. 흔히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다룰 때 쓰는 행위입니다. 그것이 통하던 야만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당근을 선택한 자들은 배를 채웠고 항의한 사람은 매 맞은 상처가 너무 깊어 끙끙대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기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과거로 치면 사관(史官)의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돼버렸습니다. 쓰레기와의 합성어인 ‘기레기’가 되어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민간인 한 명이 정부를 농락한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은 스스로 분연히 일어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고 이젠 사람 역할을 하는 기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채찍은 낡아 힘을 잃었습니다. 청와대 보도개입 침묵을 비판한 기자에게, 부당한 제작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취재의 경위를 물은 기자에게 내려진 징계가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채찍이 닳아 너덜너덜 해질 만큼 매질을 견뎌낸 수많은 기자들의 땀과 눈물 덕분입니다. 고대영 사장이 갖지 못한 권위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할 수 없이 고대영 사장이 당근을 흔들고 있습니다. 냄새가 진동합니다. 우리는 거부합니다.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역사의 기록은 그 행위보다는 어떻게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굴종과 굴욕으로 점철된 지긋지긋한 역사를 단절하고 보도본부에 권위라는 것이 움트게 하겠습니다. 그럴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취재구역 조합원

김영인 김가림 이효용 최영윤 임종빈 우한울 박원기 최형원 김기화 조태흠 박민철 신지혜 정연우 정유진 김성수 신춘범 임장원 송현정 최영철 국현호 이승훈 김지선 유지향 송형국 지형철 김경진 강나루 이재희 변기성 최건일 옥유정 홍희정 김태욱 모은희 이충헌 최진아 은준수 김진화 박혜진 오승목 송명희 이슬기 김채린 윤진 변진석 김민경 김수연 김빛이라 황정호 신선민 홍진아 김민정 한보경 임재성 홍성희 계현우 손서영 유이세중 김도영 유호윤 황경주 허효진 이세연 송락규 우한솔 박민경 이화진 박영민 김수영 김범주 이지윤 김수연 최창봉 오현태 장혁진 김덕훈 정새배 김웅규 엄경철 박종훈 이승준 이경진 이철호 오수호 김세희 김태형 성재호 김대영 박일중 정홍규 위재천 류란 구경하 이재설 윤창희 사정원 임주현 정재우 김재현 김양순 허솔지 조일수 김의철 김현석 박석호 최대수 이재석 고아름 윤봄이 조지현 김종수 김진우 김민철 하준수 이민우 박유한 박에스더 노윤정 김명섭 이흥철 최서희 김진화 윤양균 김성한 범기영 차정인 신방실 이정훈 조현진 이경호 이진성 임명규 김용덕 한승연 정연욱 강푸른 양성모 최정근 이영섭 이수연 정수영 서재희

▲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직능단체들이 꾸린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S 임시이사회장 앞에서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직능단체들이 꾸린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S 임시이사회장 앞에서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전국언론노조KBS본부 교양기제 구역 성명] KBS 교양기제 PD들은 자유와 의지를 찾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성패는 제작진의 자유와 의지에 달렸다. 제작비, 시간 등 다른 조건이 아무리 충분해도 이 두 가지가 없으면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10년 동안 교양기제 PD들은 성역에 갇힌 채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지 못했다. 강한 의지로 끝까지 취재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회사 안에서부터 시달리다 지치기 십상이었다.‘성역은 없다’는 간부들이 가장 교묘하게 의지를 꺾어왔다.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적시에 해야 할 말을 하려하면,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지기 일쑤였다. 교양기제 사회의 갈등 대부분은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실천하느냐의 문제였지, 정치이념의 차이가 초래한 것이 아니었다.

그 결과 지금 회사 안팎으로 누가 KBS 교양기제 피디를 믿고 존중하는가? 이제 KBS 시사 교양프로그램은 날 무딘 칼이다. 교양기제 구역은 자부심이 사라진 게토가 되었다.

모든 것이 고대영 사장 때문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그가 퇴진한다고 교양기제 피디 사회에 자유와 의지가 충만해지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고대영 사장 퇴진이 자유와 의지를 회복하는 필요조건이다. 권력의 언론 장악 10년, 비정상 공영방송의 마지막 실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싸워 얻지 않았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는 신기루처럼 허망한 것임을 교양기제 피디들은 10년 동안 절감했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것이다. 파도처럼 뭉쳐 이긴 후, 의지와 자유를 천천히, 단단히 되찾을 것이다. 저항이 크길 기대한다. 큰 저항을 넘을수록 우리의 자유는 넓고, 의지는 굳어질 것이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 노조와 함께 제작거부, 파업, 무엇이든 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교양기제 구역 PD 133명

손현철 윤성도 조영중 최지원 최형준 김한석 안주식 이성범 이승하 오은일
이병용 김자현 성수일 김기용 김근해 강지원 심광흠 송현경 김은곤 박소율
이승문 이이백 황응구 박성주 김명숙 이다솔 박정훈 정병권 박성주 오준석
정승우 강민채 김영우 안지민 김민희 최진영 신호균 정승안 하동현 길다영
이은미 최지훈 박정옥 백승철 박상욱 정범수 지우진 진정회 홍기호 연종우
박융식 김민회 강성훈 이현정 강윤기 신주호 염지선 이해돈 이현정 홍진표
송영석 홍현주 김아리 김은주 박병길 임혜선 이치훈 은희각 최윤화 이지웅
김희선 정택수 전혜란 김동일 박인식 김명우 심하원 이승현 이건협 류송희
최성일 문경원 최윤영 김형준 한경택 이원식 김현기 전아영 이인건 안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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