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조선일보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조하고 나선 정부여당을 정조준하며 쓴 표현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사설을 내고 “여당이 되더니 지금은 똑같이 공영방송 사장을 중도 퇴진시키려 한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자 조선은 12일 ‘경영진 때리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집권 세력의 압박은 법적으로나 사실관계상으로나 문제가 있다”며 “해임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이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하자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중인데 공범자들 보러 간 방통위원장”기사를 내놓는 등 공영방송 정상화 행보 일거수일투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지난 9일 조선일보 사설.
▲ 지난 9일 조선일보 사설.

물론 언론은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에 대해 어떤 입장이든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조선일보야 말로 일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이 주도한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을 ‘경영진 때리기’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절차적인 문제도 지적하지 않았다. 2008년 8월6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연주씨는 당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그나마 마지막 추한 꼴을 덜 보이는 길”이라고 썼다. 앞서 3월12일 조선일보는 “정권은 바뀌었는데 코드인물은 나 몰라라” 기사에서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새 임명권자에게 신임을 묻는 게 정치적 관행”이라고 ‘저격’했다. 그때 공영방송 경영진은 ‘정권 바뀌면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해임요구는 문제 있는 것’으로 변한 것이다.

노조를 대하는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2008년 4월23일 조선일보는 “KBS직원들 정연주 퇴임행동 나서”를 통해 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 요구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2008년 2월21일 사설은 “노조가 비상대책위를 열고 사퇴촉구 결의문까지 채택한 것은 대선 후 정 사장의 행태가 심상치 않아서”라며 노조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 MBC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언론노조 MBC본부와, KBS 직원 다수가 포함된 양대노조의 저항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선은 “MBC 블랙리스트 정체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 정연주 사장 해임 당시 조선일보 보도.
▲ 정연주 사장 해임 당시 조선일보 보도.

이처럼 조선일보가 입장을 바꿔가면서까지 왜 적극적으로 ‘MBC 지키기’에 나서는지 의문이다. 보수언론이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조선일보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해관계에 따른 행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조선일보가 겸영하는 TV조선은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의 이해당사자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종편 일부채널 의무전송 재검토’를 시사하고 나선 상황에서 지난 재승인 심사 때 탈락점수를 받은 TV조선이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 종편의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이 2배 오르기도 했다. 과거 조선일보는 지상파 광고규제완화 국면에서 38건의 기사를 쏟아내며 자사에 불리한 방통위 정책에 보도로써 대응하고 나선 바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에 맞선 최근의 조선일보의 보도는 종편 특혜환수 국면을 앞두고 방통위를 상대로 벌이는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를 고려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MBC의 현실을 돌아보길 바란다. “MBC 보도는 언론의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MBC가 주장한 감찰 내용 누설은 누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민망한 수준이다.” “MBC가 다른 언론의 국정농단 취재 과정의 뒤를 캐며 범법 행위인 양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MBC는 언론이라기보다 흥신소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오는 서글픈 현실이다.” 지난 2월21일 조선일보 기자수첩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MBC가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는 조선일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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