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을 대표하는 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첫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혁진보·호남 기반의 정동영·천정배 후보와 중도를 표방하는 비호남 기반 안철수·이언주 후보 간 국민의당 노선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언주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페이스메이커‘로 당 대표 후보에 출마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 후보에게 응원과 비판을 병행했다. 

14일 오후 JTBC에서 방송된 ‘뉴스현장’ 국민의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는 당 대표로 나선 안철수·정동영·천정배·이언주 후보가 한 시간 가량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초반부터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안 후보에게 쏟아진 비판 중에는 햇볕정책 등 김대중 정권 시절 정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대선 기간 호남 지역 지지율이 문재인 당시 후보에 비해 반절에 그쳤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안 후보는 “저에게 질문이 몰리는 것 같다”며 “소모적인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다 썼다”며 견제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노선이 무엇인지를 물으며 햇볕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천정배 후보도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가 공약이 빈약했던 것”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햇볕정책이다. 공과가 있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햇볕정책에 대해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으로 전쟁을 방지하고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아쉬운 점은 결국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중도개혁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 후보는 “김대중 노선은 제가 더 잘 안다. 40개월동안 (김대중 정부에서) 일한 사람”이라며 “햇볕정책의 과오를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 비핵화 실천으로 가는 도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고 박근혜 정부 때 돌아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안 후보는 “정책이 발전적으로 계승되지 못한 게 아쉽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등록을 마친 후보들이 14일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첫 TV토론회에 나섰다. 왼쪽부터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 이언주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노컷뉴스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등록을 마친 후보들이 14일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첫 TV토론회에 나섰다. 왼쪽부터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 이언주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노컷뉴스
안 후보에 대해 제기된 또 다른 비판은 당 내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으로부터 대선 때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천정배 후보는 “(대선 기간 중)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호남은 강력한 개혁과 적폐청산 의지를 갖고 정권 교체를 할 적임자를 원했다. (안 후보는) 아쉽게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오히려 천정배 후보가 탈호남을 주장했었다”며 “열린우리당 창당 시절 호남에서 표가 떨어져야 영남에서 표를 얻는다고 발언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반격했다. 천 후보는 “제가 한 얘기가 아니다. 당 만든 사람 중 한 분이 얘기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안 후보를 겨냥한 듯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특정 세력의 당 내 사당화를 국민의당 문제로 꼽기도 했다. 천정배 후보는 “정동영 후보는 국민의당 사당화 문제를 가장 강력하게 제기했다”며 “당 내 만연된 소외와 분열을 치유하고 모든 당원이 재창당과 승리의 주역이 되는 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정동영 후보는 “(천정배 후보의 말에) 반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언주 의원은 자유토론 시간 중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쏟아내자 질문 기회를 얻어 공세의 흐름을 막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각종 위원회를 통한 당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역대 정부 중 위원회를 많이 만든 정부가 무능하고 실패한 정부였다”며 “당 위원회를 만드는 것으로 당이 살아나겠냐. 국민이 눈물 흘리고 아파하는 현장으로 바로 달려가는 것이 사는 길”이라며 몰아세웠다. 

이에 이언주 후보는 질문 기회를 얻은 뒤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지만, 정동영, 천정배 후보께서 지금까지 당이 어려워지는 동안 과연 뭘 하셨나 묻고싶다”고 말했다.

천정배 후보는 당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에 대해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 불통”을 꼽았는데, 이를 정동영 후보가 바로 이어받아 “(안철수 후보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그런 생각에 갇혀있다”고 공격했다.

이언주 후보는 이후 재차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안 후보님 처음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저는 진정성을 믿는다고 했다”며 “창당을 주도한 분으로서 이 당에 대한 애정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존중한다. 실제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언주 후보도 안 후보에게 정책 노선의 애매함과 당 내 소통 노력 부족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당 대표 출마를 국민의당 의원들이 반대했을 때 저 같으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해서라도 밤 늦게 찾아가서 울면서라도 설득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과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당이 통합해서 잘 가야 할텐데 대표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한 이언주 후보는 “(안 후보가 내건) 극중주의에 대해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대선 토론하는 과정에서도 햇볕정책 등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해 찬성하냐”고 안 후보에게 질문했다. 안철수 후보는 “연금개혁은 해야 한다”면서도 이언주 후보에게 “공공개혁에 대해 (이언주 후보가) 굉장히 강조하는 걸로 보이는데 신자유주의적인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언주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동영 후보에게 민주당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며 여러 차례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출신인 정동영·천정배 후보 중 한 명이 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언주·안철수 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바른정당과의 정책 공조 및 연대까지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언주 후보는 정동영 후보를 향해 “우리는 어쨌든 민주당하고는 다른 당”이라며 “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데 지지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민주당과 어떻게 다른지, 국민의당을 왜 찍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호소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에 “(국민의당의 살 길은)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목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국민의당이 왜 필요한 당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후보도 정동영 후보에게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우리 당의 주도로 입법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만약 우리가 더 앞서서 주도하자고 하면 정말 민주당과 차이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는 “개혁과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을 공조하고 연대하면 우리가 민주당을 주도할 수 있다. 개혁의 주도자로 나서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후보들 간 당 개혁 방향과 노선에 대한 입장이 일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때문에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더라도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로 갈 경우 진보개혁 성향의 호남 기반 후보와 중도성향의 비호남 기반 후보로 양분화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동영 후보는 천정배 후보에게 “민생 싱크로율 100% 정당 만든다고 하셨는데 (제가) 당 대표 되면 그 다음날부터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국민 현장 삶으로 들어가겠다. 이것이 민생 싱크로율 100% 정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천정배 후보는 이에 “(정 후보가) 저하고 마치 짠 것 같아서 조금 어색하다”며 “그렇다”고 동의했다.

정동영 후보는 마지막 발언에서도 “마침 결선투표제가 있으니까 4명이 경쟁해서 1,2등 투표에 가면 노선이나 당 살리는 방안이 같은 사람들끼리 합심할 순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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