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환 MBC 보도본부장이 최근 보도국 간부들에게 전했다는 메시지가 논란이다. 

‘MBC판 블랙리스트’에 대한 항의 의사 표시로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 기자 50명이 제작 중단에 돌입하고 보도국 소속 취재 기자 81명도 제작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끌려 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인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오 본부장은 지난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에서 “(노조가)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안 본다. 파업 끝나고 들어온 경력기자들을 희생양 삼아 나치가 유대인을 괴롭히듯 괴롭힌다”고 말하며 언론노조 MBC본부(제1노조)를 ‘나치’에 비유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오 본부장은 보도국 간부들에게 “미래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누구는 다음 주 중반 기자들이 파업을 하고 9월 초에 총파업을 하면 국회에서 문제를 삼고 이를 근거로 방통위에서 방문진 이사들을 모두 해임하려는 게 정부·여당의 음모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정권의 언론계 완전 지배를 야당들이 남의 일 보듯 수수방관할지, 방문진 이사들이 법적 구제 절차를 밟지 않고 조용히 해임될지, 새 방문진은 야당 추천 인사들까지 순조롭게 구성될지, 그 방문진이 새로 구성되는 시점이 내년 8월하고 크게 차이가 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이어 “지금까지 우리는 거짓 보도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묻혀지는 진실들이 있다는 신념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내 특정 단체는 외부 세력과 정치 권력의 지원 속에 분규를 일으켜 회사 업무를 마비시키면 경영진이 무너질 것으로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지금의 경영진은 그런 압력으로 물러나지 않는다”며 “1988년 노조원들이 사장실에 들어가 끌어낸다고 김영수 사장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MBC의 운명도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끌려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인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수 사장은 1964년 한국기자협회 출범을 주도한 엘리트 언론인으로 MBC 보도국장을 맡은 뒤 1979년 박정희의 입법부 친위 세력인 ‘유신정우회’에 몸을 담았던 인물이다. 현 MBC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인 김세의 기자 아버지다.

▲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오 본부장은 또 “회사를 비판하며 일터를 버린 후배들이 모두 위선은 아니겠지만 그들을 조종하는 세력이 과거 편파 허위 보도를 했고 앞으로 우리 회사를 장악하면 또다시 국민을 속일 거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며 “좌파 권력의 광포함이 느껴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너무 당연한 줄 알았던 법치주의와 다원주의, 기회균등, 언론자유 즉 대한민국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려야 하는 날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투쟁이 필요한 날이 다가와 혹시 모를 탄압에 대응하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누군가가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세의 기자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이 반드시 MBC를 도와주셔야 할 때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원들이 제작거부를 하고 있다. 지금 MBC뉴스는 MBC노조원(제3노조)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MBC 뉴스 시청 인증 릴레이 운동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에 MBC 뉴스 시청 사진을 올리고 ‘#MBC화이팅’이라고 써달라는 것이다. 

아래는 오 본부장의 글 전문이다.

회사 안팎의 어려움 속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선배이자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보도국 간부 여러분께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 미래를 좀처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누구는 다음 주 중반 기자들이 파업을 하고 9월 초에 총파업을 하면 국회에서 문제를 삼고 이를 근거로 방통위에서 방문진 이사들을 모두 해임하려는 게 정부여당의 음모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정권의 언론계 완전 지배를 야당들이 남의 일 보듯 수수방관할지, 방문진 이사들이 법적구제 절차를 밟지 않고 조용히 해임될지, 새 방문진은 야당 추천 인사들까지 순조롭게 구성될지, 그 방문진이 새로 구성되는 시점이 내년 8월하고 크게 차이가 날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힘겹게 느끼지는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의지를 믿지만, 누구도 여러분 한 사람의 힘만으로 우리 회사를 둘러싼 상황을 바꾸라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옳다고 믿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으로 믿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노력해 뉴스를 더 정상적으로 방송하는 게 시청자에 대한 의무이지만, 뉴스를 다 한다고 회사 분규가 가려지고 덜 한다고 우리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무거워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는 거짓 보도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묻혀지는 진실들이 있다는 신념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내 특정 단체는 외부 세력과 정치권력의 지원 속에 분규를 일으켜 회사 업무를 마비시키면 경영진이 무너질 것으로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경영진은 그런 압력으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1988년 노조원들이 사장실에 들어가 끌어낸다고 김영수 사장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MBC의 운명도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끌려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인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입니다.

회사를 비판하며 일터를 버린 후배들이 모두 위선은 아니겠지만 그들을 조종하는 세력이 과거 편파 허위 보도를 했고 앞으로 우리 회사를 장악하면 또다시 국민을 속일 거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좌파 권력의 광포함이 느껴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너무 당연한 줄 알았던 법치주의와 다원주의 기회균등 언론자유 즉 대한민국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려야 하는 날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게 됩니다.

다만 지금은 흔들리지 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투쟁이 필요한 날이 다가와 혹시 모를 탄압에 대응하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누군가가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다시 한 번 보도국 간부 여러분들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해 드립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