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최근 구글의 ‘여성 차별’에 관한 메모를 남긴 직원을 해고한 사건에 “해고를 결정한 구글 CEO는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구글 사건은 법정싸움이 예고되면서 ‘차별표현에 대한 징계는 어디까지가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직원 제임스 데모어는 약 한달 전 구글의 남녀임금격차에 대해 10쪽의 메모를 남겼다. 그 메모에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가 있고, 이는 테크기업에서 여성의 수, 여성 리더의 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가 남긴 메모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아이디어보다 미적인 것, 기분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또한 여성은 일반적으로 ‘사물’보다 ‘사람’에 관심이 더 많다. 이런 차이는 여성들이 사회적이거나 예술적인 영역의 직업에 많이 진출해있는 이유를 알게 한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보다 코딩을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모가 공개된 후 현지시간 6일 데모어는 해고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퍼뜨렸다”며 해고사유를 밝혔다.

해고를 당한 제임스 데모어는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했다. 이에 제임스 데모어를 지지하는 크라우드 펀딩까지 열렸다.

논쟁이 격해지자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기획했던 사내 공개회의를 취소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일부 직원들의 실명이 외부로 공개되고 협박을 받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구글의 여성직원들은 구글을 상대로 임금차별을 받았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기사: Guardian: More than 60 women consider suing Google, claiming sexism and a pay gap)

현지시간 11일 제임스 데모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왜 나는 구글에서 해고됐는가’라는 칼럼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구글에서 해고된 이유 자체가 본인이 이야기했던 '메아리 방'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메아리방’(Eco Chamber)효과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과 유사한 정보만을 믿고 나눔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려는 것을 말한다.

▲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화면 캡쳐.
▲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화면 캡쳐.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제임스 데모어는 “나는 나의 메모에서 구글의 주요 생각을 반대했고, 내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무시당했다”라며 “구글의 상관들은 나를 깎아내렸고 나의 메모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제임스 데모어는 자신의 생각이 구글 내 주요한 생각과 달랐고 그 때문에 자신이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데모어의 글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글에 링크될 만큼 관심을 받았다.

(관련기사: WSJ: Why I Was Fired by Google)

이 사건은 ‘실리콘밸리의 남녀차별’, ‘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징벌은 어디까지가 합리적인지’, ‘차별발언을 했다고 해고를 당하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한 논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11일 “구글의 CEO는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 기사를 내놨다. 해당 기사를 쓴 칼럼니스트는 데이비드 브룩스로, 국내에서도 ‘인간의 품격’, ‘소셜 애니멀’, ‘보보스(디지털시대의 엘리트)’ 등의 저서로 유명한 저자이다.

(관련기사: NYT: Sundar Pichai Should Resign as Google’s C.E.O.)

▲ 뉴욕타임스 기사 화면 캡쳐.
▲ 뉴욕타임스 기사 화면 캡쳐.
데이비드 브룩스는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사퇴해야한다’는 칼럼에서 이번 사건을 드라마에 비유하며 ‘최악의 배우는 순다 피차이 CEO’라고 적었다. 그는 이 칼럼에서 “메모를 쓴 제임스 데모어는 구글의 테크 직원 중 80%가 왜 남성인지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유전적 요소를 지적하며 왜 남성과 여성 수에 차이가 나는지 설명했다”며 “데모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길고 논쟁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연구를 인용하며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미국 미디어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브룩스는 “많은 리포터들과 비평들은 데모어를 계몽된 사람들이 믿는 모든 것에 반대하는 사람인 것처럼 여겼다”며 “데모어의 메모를 형편없이 보도했다”고 썼다. 이어 데이비드 브룩스는 “피차이 CEO는 연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않았다” 며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증거를 무시하고 희생양을 파괴한다.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구글 CEO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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