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김경순씨가 유방암에 걸린 것과 관련 산업재해를 인정한 것과 관련해 13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 측에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1일 JTBC 보도와 반올림 측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김경순씨가 지난 2015년 6월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원고의 유방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바 있다.

반올림 측에 따르면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방사선 노출이나 장기간의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 등을 이유로 유방암 산재를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업무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유방암 발병을 인정한 사례는 처음”이다.

▲ 반올림 관계자들이 지난 2014년 삼성과 직업병 피해자들과의 교섭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반올림 관계자들이 지난 2014년 삼성과 직업병 피해자들과의 교섭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경순씨는 지난 2006년 9월 큐티에스에 입사하여 2011년 11월 유방암 진단을 받을 때까지 5년 간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등으로부터 납품받은 불량 반도체 칩을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떼어내고 이를 씻어낸 뒤 고온의 설비로 재가공 하는 일을 했으며 반올림에 따르면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 여성근로자 20여 명 중 김경순씨를 포함한 4명에게 유방암이 발병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경로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다소 비정상적인 작업환경을 갖춘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야간·연장·휴일근무를 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해 사업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전문을 법원의 요청에 따라 제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영업비밀’ 등의 이유를 들어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아 삼성의 정보 은폐를 오히려 정부가 돕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반올림 측은 이에 보도자료를 내고 “근로복지공단, 반도체 사업장, 사업장 환경 관리 감독기관에 촉구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부당한 상소로 당사자의 고통을 연장하지 말 것, 반도체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하여 노동자들을 병들게 한 책임을 통감 하고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사업장 환경 관리 감독기관은 작업환경측정과 역학조사를 철저히 하여 원하청 모든 반도체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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