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조능희 전 MBC PD수첩 PD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을 비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실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6월 ‘3차 언론 부역자’ 명단에 올린 인사로 최근에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문자에서 언급돼 삼성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전 PD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충기 문자’에서 드러난 언경유착을 비판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삼성 측과 ‘기사 방향을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는 관계라는 이창섭 기자”라며 “그는 PD수첩 광우병 방송 당시 CP인 저에게 취재한다며 전화를 걸어와 녹음한 후 녹취록을 만들어 고스란히 검찰에 가져다 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창섭은 일종의 검찰 정보원 노릇을 한 것인데 그후 연합뉴스 경제부장으로 영전하더니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다”며 “검찰 정보원 노릇이나 삼성에 사역하거나, 본질은 같은 거다. 언론인 역할을 방기하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조능희 전 MBC PD수첩 PD(왼쪽)와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 사진=김도연 기자, 연합뉴스
▲ 조능희 전 MBC PD수첩 PD(왼쪽)와 이창섭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 사진=김도연 기자, 연합뉴스
실제 이 실장은 2008년 5월 조 전 PD와 통화 취재한 내용을 1년여 뒤 검찰에 넘겨 파문을 일으켰다. 미디어오늘은 2009년 7월 “연합뉴스부장 ‘PD수첩’ 취재자료 검찰에 넘겨”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으며 당시 이창섭 연합뉴스 경제부장은 “검찰에서 글의 취지와 대화 내용을 알려달라고 하길래 인터넷으로 (대화내용을) 알려주고, 전화를 통해 구두로 내 글의 취지를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언론 전문 잡지인 ‘신문과 방송’ 2009년 2월호 기고에서 MBC 광우병 보도를 비판하며 당시 김보슬 PD수첩 PD와 조능희 PD와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이 부장이 해당 글에서 “제작 책임자는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선수들끼리 왜 그래’라는 이해 못할 말을 했다”고 지적한 대목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문에 인용되기도 했다.

PD수첩 제작진들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은 2011년 9월 이들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최근 송경호 수원지검 특수부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전보되는 등 PD수첩판 ‘정치검사’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조 전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합뉴스는 국민 세금으로 1년에 약 300억원 이상을 지원 받는다”며 “그렇다면 국민을 위한 뉴스를 만드는 것이 상식인데 이 사람(이창섭 실장)은 삼성을 위한 기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PD가 언급하는 문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2015년 7월8일에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다.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창섭 편집국장도 있어요.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네요. 나중에 아는 척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하네요.”

이 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재판에서 드러난 것으로 문자만 보면 이 실장은 삼성 측과 “기사 방향을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는 관계였고 삼성에 “진심으로 열심”이었던 인사였다. 추미애 대표가 11일 이 실장을 겨냥해 “매년 혈세 수백억을 받는 연합뉴스 핵심 보직 인사가 대단히 노골적인 방식으로 삼성에 사역했다”고 비판한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취재 지시나 기사 방향 조정은 편집회의 등 시스템을 통해 결정한 것일 뿐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 전혀 없다”는 비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거듭되는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이번 사태는 현 경영진 아래에서 공정보도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고 취재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하고 사측에 진상조사와 책임을 요구했으나 연합뉴스는 지난 6월 이 실장을 자회사인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으로 발령했다.

이 실장이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이던 시절인 지난해에 윗선에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윤미향 대표 남편이 간첩이라는데 확인해서 조져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등 보도 편향성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조 전 PD의 비판 및 삼성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12일 이 실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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