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30명이 제작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MBC가 11일 한학수 PD에게 대기발령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이날 아침 임원회의에서 한 PD에 대한 대기발령을 논의했고, 한 PD는 임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구체적인 대기발령 사유나 기간은 공식 통보되지 않았다.

앞서 제작거부를 시작한 시사제작국에선 김현기 PD수첩 PD, 노경진·권혁용·박종욱·이지수 2580 기자가 지난 5일자로 2개월 대기발령(시사제작국부 대기)을 받았다.

MBC 한 관계자는 콘텐츠제작국에서 한학수 PD에게만 대기발령을 내린 것은 사측이 징계를 남발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도국 취재기자 80여명도 11일 오전 8시부로 제작거부에 돌입했고, 지난 9일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 기자들도 제작거부를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PD수첩 소속 PD 10명이 제작거부를 선언한 이래 참여자 수가 20일 만에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한학수 PD는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제작거부를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선언문을 낭독했다. 한 PD는 “PD수첩은 3주째 방송이 중단됐고 경영진은 PD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보도영상부문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출처불명의 괴문서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무엇이 괴문서인가? 지난 9년간 파괴되고 유린당한 MBC 시사교양부문과 PD들이 바로 그 증거”라고 비판했다.

또한 윤길용 전 MBC 시사교양국장, 김철진·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백종문 부사장을 언급하며 “MBC 시사교양을 파괴하고 공영성을 유린하는데 최선봉에 섰던 자들”이라고 지적한 뒤 “지금 이 순간 MBC를 가장 망가뜨리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대회에 참여해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대회에 참여해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한 PD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친 MBC의 대표적 스타 PD였지만 2012년 파업 이후 부당전보·대기발령·신천 교육대(신천동에 위치한 MBC아카데미) 등을 전전하다 2014년엔 신사업개발센터로까지 밀려나 스케이트장 관리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주조정실에서 방송 송출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편성국MD(Master Director),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을 거쳐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부당전보 확정판결을 받아 제작부서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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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운기 콘텐츠제작국 콘텐츠제작2부장이 11일 보직사퇴 했다. 사퇴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MBC 내부에선 제작거부에 책임을 느끼고 사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오늘부로 콘텐츠제작2부장 보직을 놓기로 했다”며 “본부장은 해임 의사가 없다고 하나 앞으로는 CP 대우 안 해줘도 된다”고 한 뒤 “그동안 잘 챙겨줘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사제작국 소속 장형원 시사제작3부장과 김형윤 시사제작4부장이 PD들의 제작 거부에 책임을 느끼고 보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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