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후보자 시절 독립PD 유가족과 했던 약속을 지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외주제작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실시하는 첫 외주제작 실태조사다.

이효성 위원장은 “빈소에 방문해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에 대한 해결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면서 “유관기관과 협조해 방송사, 외주사 간 고착화된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박환성·김광일 두 독립 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멘터리 ‘야수의 방주’를 촬영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제작비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늦은 시간에도 두 PD가 직접 차를 몰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환성 PD는 출국하기 직전 열악한 제작환경 문제를 앞장 서서 공론화했다. 독립PD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받은 정부지원금의 일부를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요구했다는 폭로였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실태조사 대상은 지상파방송사, 종합편성채널, CJ E&M 등 방송사업자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에 소속된 외주제작사다.

실태조사는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서면조사, 현장조사를 병행해 실시된다. 조사 내용은 △방송사와 외주사 간 제작비 지급 적정성 여부 △저작권을 비롯한 수익배분 적정성 여부 △표준계약서 사용 등을 포함하는 거래관행 문제 △외주제작 인력의 과도한 노동시간을 비롯한 여건 문제 등이다.

▲ 지난달 29일 오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광일(왼쪽), 박환성 PD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광일(왼쪽), 박환성 PD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사진=금준경 기자

정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업계는 이번 일을 단순한 사고가 아닌 잘못된 외주제작 관행에 의한 희생이라고 본다”면서 “철저히 조사를 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방통위가 이 문제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 문제도 중요하지만 거대 외주사의 자본력 때문에 작은 제작사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등 진입장벽이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작은 제작사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기 방통위는 외주제작 문제 뿐 아니라 미디어 업계 전반의 불공정 거래 문제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성 위원장은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업계의 이용자 이익저해, 불공정 실태조사도 추가적으로 실시해 방통위가 미디어 상생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게 해달라”고 사무처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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