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대한민국경찰무궁화클럽이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개혁의 목소리를 내부게시판에 올렸다가 부당하게 파면해임된 경찰들의 진실을 밝히고 이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사건을 규명하는 것이 경찰 내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이 단체는 강조했다. 끝까지 복직하지 못한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의문사 또는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수창 경찰무궁화클럽 상임고문 등 경찰무궁화클럽 회원 10여명은 11일 오후 광화문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경찰청은 경찰개혁을 주장하는 경찰관에 대해 조직적으로 감시했다”며 “노무현 정권 때는 같은 내용의 글을 써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게시판 글을 강제로 내리는 것은 다반사였고, 글을 쓴 경찰관에 대해 전방위 감찰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비판했다.

무궁화클럽은 “내부게시판에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파면, 해임을 시키기 어려우니까, 감찰을 동원하여 업무상 실책을 찾아낸 후 파렴치한 경찰관으로 몰아세웠다”며 “2009년 이후 경찰개혁을 주장했던 7명이 비위 경찰관으로 몰려 파면 해임을 당했고 그 중 2명은 의문사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선공약과 같이 경찰 내 과거사 청산과 적폐청산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경찰민주화 요구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 의문사와 부당한 징계에 대한 재조사 실시 및 관련자 처벌, 피해자 즉각 복직 △경찰조직 내부의 민주화를 위해 경찰직장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경찰개혁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모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사례는 모두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있었던 경찰 파면 사건을 말한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는 등 경찰개혁을 위해 글을 썼던 박윤근 경사의 해임(2009년)을 시작으로 장재룡 경사(그해 10월), 양동열 경사(11월), 김흥현 경사(2010년 4월), 정해권 경위(2011년 8월) 등이 파면 또는 해임됐다. 모두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됐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도 조현오의 실적주의를 비판했다 해임됐다.

▲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2008년 8월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경찰개혁국민연대의 양동열 전 수서경찰서 경사가 조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2008년 8월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경찰개혁국민연대의 양동열 전 수서경찰서 경사가 조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일부는 소송을 통해 승소해 복직한 이들도 있지만, 끝내 파면된 뒤 귀농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이들도 있었다.

대법원에서 패소한 뒤 2012년 12월 귀농한 양동열 전 경사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지휘관 입장에서 징계할 수는 있겠지만 파면이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였다”며 “부정부패 관련해선 해임도 시키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조직발전을 위해 쓴 글이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고 파면해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양 전 경사는 “고 김명렬씨의 경우 내부게시판에 활발하게 글을 올렸으나 어느날 갑자기 사망했다”며 “과로사로 처리했지만,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사망한 것은 전방위적인 감찰과 억압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 전 경사는 고 김영대씨와 관련해 “김영대 씨 역시 글을 선도적으로 올렸던 분인데, 내부 감찰과 압력이 오니 명예퇴직을 했다”며 “그런데 그 뒤 2~3년지나 내게 갑자기 ‘마지막’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그 뒤 그의 부고가 날아왔다. 가족은 자연사라고 했으나, 그동안 잇단 동료들의 파면에 가슴 아프고 자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겠다고 맞서다가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서 뒤집히는 바람에 끝내 패소했다”며 “당시 조현오가 경기청장,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영덕), 강희락 경찰청장 시절이었는데, 민간인불법사찰을 하기 전에 공무원을 먼저 사찰했다. 특히 말 잘듣는 게 경찰 공무원이었다. 그래서 박윤근 경사 목부터 친 것이다. 나는 그걸 보면서 ‘공산주의도 아니고 너무하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니 갑자기 내 글의 댓글에 감찰과와 정보과 직원들이 반대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다 파면되고, 싸웠으나 이후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후 다 포기하고 내려와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며 “경북 영천에 2012년 12월 내려와 혼자서 5년 째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복직한 이들에 대해 그는 “다시 복직한 사람도 정직 또는 인사불이익을 받는 등 많은 고통을 당했다”며 “결국 제대로 숙청당한 것이다. 그후 글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통이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억울하게 파면당한 과정을 재조사하고 복직해 부당한 억압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경찰 적폐청산의 첩경이라고 양 전 경사는 강조했다. 그는 “경찰 역사상 부정부패와 무관한 이유로 이렇게 파면해임된 경우가 없다”며 “더구나 전부 중하위직이니 얘기할 수도 없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파면되고 나면 가정도 붕괴되고 못산다. 명예회복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 당시 파면당한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며 “왜 무리하게 쫓아내려 했는지,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채 전 서장은 “저 역시 경찰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당했다”며 “감찰과 미행, 뒷조사 찾아내려 했는데 못찾아냈다. 그런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2010년 8월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대통령표창장(오른쪽)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받은 파면 인사발령통지서(왼쪽)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2010년 8월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대통령표창장(오른쪽)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받은 파면 인사발령통지서(왼쪽)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다음은 11일 경찰무궁화클럽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민주화 요구를 탄압했던 적폐를 청산하라!

이명박 정권에서 경찰청은 경찰개혁을 주장하는 경찰관에 대해 조직적으로 감시하였다. 노무현 정권 때는 같은 내용의 글을 써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게시판 글을 강제로 내리는 것은 다반사였고, 글을 쓴 경찰관에 대해 전방위 감찰조사가 이루어졌다.

내부게시판에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파면, 해임을 시키기 어려우니까, 감찰을 동원하여 업무상 실책을 찾아낸 후 파렴치한 경찰관으로 몰아세웠다. 2009년 이후 경찰개혁을 주장했던 7명이 비위 경찰관으로 몰려 파면 해임을 당했고 그 중 2명은 의문사를 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은 민간인까지 동원하여 댓글공작을 시작하였으며, 경찰청도 이에 동조하여 댓글공작을 하였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되었다고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던 차에 현 이철성 경찰청장은 2016년 11월 광주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홈페이지에 있던 “민주화 성지, 광주”라는 글귀를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에 우리 무궁화클럽은 문재인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1. 문재인정부는 대선공약과 같이 경찰 내 과거사 청산과 적폐청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

2. 경찰민주화 요구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 의문사와 부당한 징계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여, 관련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즉각 복직하라.

3. 경찰조직 내부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찰직장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

우리 무궁화클럽은 문재인 정부가 경찰개혁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질 때까지 모든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2017.8.11. 경찰무궁화클럽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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