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취재기자 80여 명이 11일 오전 8시부터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MBC 시사제작국·콘텐츠제작국 기자·PD들과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 기자들을 포함해 110여 명이 제작 중단 중인 가운데 보도국 취재 기자들까지 동참했다. 

지난달 21일 PD수첩 PD 10명이 일상적인 아이템 통제와 검열에 저항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한 이래 참여자 수가 20일 만에 20배(200여명)로 늘어났다.

MBC 오전 뉴스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는 박재훈 앵커(기자)도 11일 오전 방송에서 “오늘부터 더 좋은 뉴스 하자는 MBC 기자들의 행동에 함께 한다”면서 하차를 선언했다. 

앞서 보도국 기자들은 지난 10일 늦은 오후까지 총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80여 명의 ‘제작 중단’이었다.

MBC 보도국 취재 기자들이 250여 명이라는 점에서 제작 중단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소수다. 지난 2012년 MBC 170일 파업을 거치면서 채용된 시용·경력 기자들이 기존 기자들을 대체한 결과다. 

리포트 제작에 눈에 띄는 차질이 없을 상황에서의 제작 중단이라는 점에서 MBC 보도국 취재 기자들이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 박재훈 MBC 뉴스투데이 앵커는 11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제작 중단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MBC 화면
▲ 박재훈 MBC 뉴스투데이 앵커(왼쪽)는 11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제작 중단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MBC 화면
MBC 앵커들의 제작 중단 참여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박재훈 앵커는 11일 오전 뉴스투데이에서 “오늘부터 더 좋은 뉴스 하자는 MBC 기자들의 행동에 함께 한다”며 “때문에 시청자 여러분, 당분간 못 뵐 것 같다.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조명하는 그런 뉴스 할 수 있는 날 돌아오겠다”고 클로징을 했다.

2012년 MBC 총파업은 기자회 제작 중단에서 시작했다. 이번 보도국 기자들의 제작 중단 결의가 총파업과 같은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드라마·예능 등 방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문에서의 움직임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1일 오전 재개된 김민식 MBC 드라마 PD에 대한 인사위 결과도 이후 MBC 언론인들 투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PD는 지난 6월 사내에서 “김장겸(MBC 사장)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쳤다가 중징계 위기에 몰려 있다. 

앞서 카메라 기자 50여 명도 지난 9일 ‘MBC 판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MBC판 블랙리스트’는 카메라 기자 65명을 정치적 성향과 노조와의 친소,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등으로 4등급(‘☆☆’, ‘○’, ‘△’, ‘X’)으로 분류한 뒤 최하위 등급인 X등급에 속한 직원에 대해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의 설명을 덧붙여 내부에선 파업 참가자들의 인사 배제 문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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