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정상화’ 등의 과제를 안고 출범한 가운데, 3기 방통위에서 최소한의 개편을 한 정부조직으로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27개 미디어단체는 1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4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방통위 전체회의 일정으로 김영관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이 대리 참석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서면 축사를 통해 “최근 ‘방송 정상화’에 대한 격려를 많이 받고 있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제가 생각하는 방송정상화란 ‘당연히 있어야할 상태로 돌아가는 것’, 방송이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 10일 '4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토론회에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 10일 '4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토론회에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이효성 위원장은 “이번 촛불시위에서도 알 수 있었듯, 방송이 권력 감시 등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최근 YTN 해고자 복직이 됐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복직만으로 방송정상화가 해결됐다고 보지 않으며, 궁극적인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사는 김영관 국장이 대독했다.

미디어 단체들은 4기 방통위가 현재 ‘공영방송 정상화’ 과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박근혜 정부 방통위-미래부 이원화 정부조직을 유지하는 문제 △통신 분야에서 전문가가 부재한 점 △유료방송 하도급 노동문제에 소홀한 점 등이 지적됐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현 정부) 방통위는 과거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송과 통신의 진흥, 통신과 유료방송서비스 정책 등에 관련한 권한을 이관한 채 축소된 방통위의 권한을 그대로 받은 것”이라며 “주파수 및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리, 유료방송 재허가와 승인 등에 대한 주요 권한을 (다시 방통위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조직 개편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해온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시민 참여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대표는 “지금까지 방통위는 사업자와는 다른 시청자, 이용자의 관점을 반영하는 데 소홀했다”며 “많은 방송들이 UHD 방송을 시작했으나, 그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다. 이는 이용자 관점이 부족하기에 생겨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기 방통위에 바란다' 토론회.
▲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기 방통위원회에 바란다' 토론회. 사진출처=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통신 분야에서는 방통심의위의 통신 검열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방통심의위 권고에 대한 민간 사업자의 이행률은 99%이며 이는 심의가 실질적 삭제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시정명령 권한이 두려워 알아서 삭제하는 것”이라며 “오래 전부터 민간 업체의 자율규제기구가 활동해온 것을 고려해 2021년까지 자율규제로 바꾸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 노동문제에 방통위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방송통신 영역의 밑단이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있다. 상시지속업무임에도 9개 사업자들은 업무 대부분을 외주화했다”며 “방통위는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라며 ‘권고’하는 수준으로 면피성 행정을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디어단체들의 정책제안을 들은 김영관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 4기 방통위의 기본 방향은 강 대표가 말씀하신 것처럼 ‘시민 참여형’”이라며 “오늘 들은 말씀을 위원장께 꼼꼼하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토론에 방통위원장이 불참해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를 맡은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방통위원장이 회의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이번 토론회에 참석해야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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