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시동, 육방부 오명 벗나

문재인 정부가 국방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8일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육군 장성이 군 요직을 차지해왔던 관행을 깼다.

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해군출신 국방장관이 임명된 데 이어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공군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육군참모총장에는 육사 37기, 38기를 건너뛰고 39기를 고위직에 기용하는 기수파괴, 3사관학교 출신 대장 배출 등을 통해 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군서열 1,2위에 해군, 공군 출신을 기용함으로써 육사, 육군 기득권의 벽을 깨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세대교체를 통해 이른바 군대 내 적폐를 청산하고 지속가능한 국방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 9일 동아일보 1면.
▲ 9일 동아일보 1면.


수뇌부 육군 출신 아니면 전력 약화?

보수신문은 이번 인사를 ‘개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력약화’를 우려하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동아는 사설에서 “북핵 실전 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외교관, 교수 출신으로 진용을 꾸린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이어 군 수뇌부까지 해, 공군 출신이 장악하면서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게 됐다”면서 “군의 맏형격이 육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균등한 진급 기회는 바람직하지만 육군의 인재풀 일부를 제거하다시피 한 것은 문제”라며 “군의 주요 장성들이 대거 (예편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육사 출신 ‘우리를 적폐로 모나’ 술렁”기사를 통해 “육사 출신은 자신들을 국방개혁의 발목을 잡는 적폐로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육사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육사출신 익명의 장교의 말을 전하며 ‘반발’을 부각했다.

검찰 셀프개혁안에 언론 ‘시큰둥’

검찰 주도의 검찰개혁안도 나왔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 대해 외부 인사들이 심의를 맡아 검찰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문 총장의 설명이다.

문 총장은 이날 검찰 역사상 최초로 과거사를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 처리한 과거 사건의 대표 사례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인혁당 사건(1964·74년),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91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2000년) 등을 꼽았다.

그러나 개혁안 내용 자체의 실효성도 부족한 데다 검찰 주도 개혁안이 나온 배경과 개혁안 내용을 살펴보면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게 다수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언론은 개혁안을 검찰개혁에 대한 외부의 강한 압력에 맞선 여론무마용 조치로 풀이했다. “외부 폭풍 막으려는 검찰의 자구책 정부입장과 큰 간극”(경향신문) “문무일 개혁안, 검찰개혁 무마용은 안 된다”(동아일보) “수사 심의위 구속력 있어야 검찰개혁 성공한다”(중앙일보) “검찰 외부전문가가 수사기소심의 도입... 실효성 미지수”(한겨레) “검찰개혁 셀프개혁만으로는 안 된다”(한국일보) 등이다.

▲ 9일 경향신문 기사.
▲ 9일 경향신문 기사.

동아일보는 “검찰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독점을 깨뜨려야 한다는 정치권 등의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검찰권 행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로부터 통제를 받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향신문 역시 “검찰이 적폐청산 1순위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쏟아놓는 개혁방안”이라며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수사심의위위원회 구성이란 것도 현재의 수사권, 기소권을 그대로 갖고 가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수사권, 기소권 유지를 위한 면피용 대책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심의위 결정에 구속력과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이 명문화돼야 한다”며 ‘권고’를 하는 기구에 그친다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기영 과기본부장 ‘철회’ 요구 쏟아져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선임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한 해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관장하는 자리다. 그러나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태의 책임자 중 하나로 연구윤리, 연구비 관리 부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어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논문에 기여할만한 연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연구비 지원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교수 시절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 2건을 수행하며 황 교수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았다. 또, 논문조작 사실을 알고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제대로 알라지 않아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과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과거행적이나 철학이 결정적으로 새 정부에 배치되지 않으면 결정적 하자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사건의 핵심 책임자”라며 “기용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뿐 아니라 인사기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가능성이 크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청와대 인사 재기용’ 프레임을 부각했다. 조선은 “노무현 청와대면 누구나 중책 맡나” 제하의 사설에서 “과거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 외에는 달리 (중책을 맡긴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서 “10명이 넘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모두 10여년 전에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했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사과’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9일 경향신문 기사.
▲ 9일 경향신문 기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도적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피해 인정 여부를 판정받은 신고자는 1200여명에 불과하다”면서 “신고자가 병원치료와 영수증 등을 입증해야 하는 규정, 폐손상이 아니거나 인과성 입증이 어려운 3~4등급은 구제에서 배제되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역시 “폐질환 이외 질병을 피해 대상에 포함하고 피해구제 범위를 3,4등급으로 넓히는 방안, 특별법을 개정하는 방법까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