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국인 마랄린, 모리스 베일리 부부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1973년 과테말라 해안에서 고래의 공격을 받아 요트가 부서진 이후 작은 보트에 의지해 117일을 태평양에서 표류하던 그들이, 한국의 어선인 월미호가 없었다면 구조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를요.”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이 8일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실종선원 가족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이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남대서양 영국령 섬 수색에 영국 정부가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가족인 허예원씨는 8일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인 마랄린, 모리스 베일리 부부가 지난 1973년 한국의 어선에 의해 태평양 해상에서 표류하다 117일 만에 구조됐던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 선박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던 영국 국민을 구했던 사례처럼, 한국 국민 역시 영국령 어느 섬에서 영국의 구조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허씨는 “한국의 어선 월미호가 그들을 발견해 구조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살아돌아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침몰 이후 실종선원들이 생존도구가 갖춰진 구명벌을 타고 표류하고 있다면, 해류의 흐름에 따라 침몰 지점으로부터 최소 600여km에서 최대 4000km까지의 거리 내에 있는 여러 개의 브라질령 섬들과 영국령 섬들 중 한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 거리 내에는 작은 무인도들도 있어 수색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 외교부가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에게 제공한 침몰 인근에 위치한 섬 지도. 사진제공=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
▲ 외교부가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에게 제공한 침몰 인근에 위치한 섬 지도. 사진제공=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침몰해역 인근 섬 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침몰해역 인근 섬 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허씨는 서한에서 “우리는 한국 외교부가 이미 영국해양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세인트헬레나섬 등 영국령 섬 수색을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허씨는 또한 “22명의 선원이 여전히 실종상태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구명벌 두 개 역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는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과 세인트헬레나섬에 선원들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선적한 후 중국을 향하던 스텔라 데이지호는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현재까지 2명의 필리핀 선원만 구조된 상황이다. 미온적으로 진행되던 수색은 새 정부 들어선 이후인 6월이 돼서야 겨우 해류 분석에 따른 집중수색으로 이뤄졌으나, 이 또한 침몰 103일만인 7월11일에 종료됐다.

가족들은 외교부가 영국, 브라질 등 침몰 해역 인근 국가들에 인근 섬 수색 협조를 요청한 이후 특별한 추가 조치 없이 마냥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외교부는 주영대사관을 통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답을 보냈다. 이에 가족들이 직접 영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수색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침몰해역 인근 섬 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대표 허경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침몰해역 인근 섬 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대표 허경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가족들은 “아직도 구명뗏목의 존재에 대해 정부 차원의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섬 수색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그대로”라며 “어느 나라든 재난을 당하면 심해수색 장비를 도입해 최종 수색을 하는 게 상식인데 수십만 톤의 스텔라 데이지호의 명확한 침몰지점을 두고도 수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8월8일은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131일째되는 날이다.

▲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인 허예원씨가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한.
▲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인 허예원씨가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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