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관련 삼성 뇌물죄 1심 재판이 5개월간의 열띤 심리를 끝내고 선고만 남기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징역 12년을 구형하는 등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원 모두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정경유착, 경제민주화 크게 훼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 원칙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에 이뤄진다.

마지막까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첨예하게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사익을 위해서나 제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기대를 한 점이 결코 없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또한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을 일군 선대 회장들과 임직원들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부회장은 “창업자인 선대 회장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해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도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의,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제 욕심을 내겠느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박영수 특검은 이 사건에 대해 “경제계의 최고 권력자와 정계의 최고 권력자가 독대 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정부부처 등이 동원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며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대통령 요구에 따라 준 돈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날 결심공판에서는 일부 방청객들의 소란 행위도 벌어졌다.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 도중 한 방청객이 “힘내세요”라고 외치다가 퇴장당했으며, 한 지지자는 박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이 공판 이후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무슨 악수냐. 정말 이게 나라냐. 이게 재판이냐”며 특검과 재판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결심 재판이 시작되기 10여분 전에 법원에 출석하는 박 특검에게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으며, 지지자 중 일부는 방청을 온 시민단체들을 향해 “빨갱이들은 북한으로 가라”, “너네가 뭔데 여기를 오느냐” 등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 한겨레 3면 사진기사 갈무리.
▲ 한겨레 3면 사진기사 갈무리.
이재용 재판 결과따라 박근혜 재판도 영향

주요 일간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 선고 전망도 분석했다. 그러나 사실관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워낙 엇갈리는데다 법리 적용도 복잡해 법조계에서도 섣불리 유무죄를 관측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을 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데 관여했는지의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뇌물 수수자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재판 과정에서 특검과 삼성 측의 입장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한 지점은 이재용 부회장이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을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 오고 간 금전이 뇌물이고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다는 점을 당사자가 인식해야 혐의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부분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첫 번째 독대하던 2014년 9월 이전에 이미 야당에서 정씨의 ‘공주 승마’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부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맞섰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독대 때 ‘부정한 청탁’이 오가 뇌물공여죄를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도 판결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단순뇌물죄가 적용된 승마지원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기만 해도 범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부분이 유죄가 되려면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 이외에도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이 구형된 것에 대해 조선과 중앙 등 일간지들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증거가 다소 미흡하다면서도 법과 증거만 놓고 판단한 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일제히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실제로 여러 정황이 제시됐다”면서도 “부친이 생존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현재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됐을 때 유죄를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증거에 따른 판결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유사한 논리를 전개했다.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끌어내려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엄격한 증거와 증명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특검은 청탁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법조계 견해가 많다”며 “유죄를 판단할 확증이나 확신도 없이 국민정서법에 밀려 불이익을 보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 한겨레 사설(위)과 중앙일보 사설(아래) 갈무리.
▲ 한겨레 사설(위)과 중앙일보 사설(아래) 갈무리.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300억원 가까운 돈이 최씨 측에 건네졌고,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일제히 나서 삼성 합병에 도움을 준 건 분명한 사실”이며 “삼성의 승마 지원과 청와대의 경영권 승계 지원은 서로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게 상식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동안 “범죄 혐의보다 피고인 신분을 더 따지는 판결이 ‘유전무죄’ 불신을 부추겼다. 경제가 중요하다면 정의는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文, 휴가 복귀 후 트럼프와 전화통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통해 핵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자는 데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과 예방전쟁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핵문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을 둔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일간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듣는 쪽으로 통화가 56분 간 이어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물어본 딱 한 마디는 “실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셨느냐”는 것이다. 이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의식한 질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며 “지난 7월17일 제안한 남북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조치와, 핫라인 복원을 통한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완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발언은 미국 내 일부에서 ‘전쟁불사론’이 나오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대신 “문 대통령이 외교적 화법을 써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 번 다시 참을 수 없다’는 간곡한 표현으로 (우리의 뜻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 간 대화를 두고 주요 일간지들은 문 대통령의 입장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한겨레·경향 등 일간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공감하면서도 북핵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과 중앙, 동아 등 일간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공조해 북한에 강한 압박을 하는 것에 공감했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 조선일보 1면 기사(위)와 한겨레 1면 기사(아래)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기사(위)와 한겨레 1면 기사(아래) 갈무리.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文 대통령 ‘北이 못 견딜 때까지 압박’”으로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강하게 압박하는데 공감했다는 점을 보도했다.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문 대통령, 트럼프에 ‘한반도 전쟁 용인 못한다’”로, 궁극적으로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발언은 남북 평화 기조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보수 정부와는 다른 한반도 해법과 평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문 대통령의 북한 제재 동참 기조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과거 진보정권과는 달리 북핵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올바른 방향을 잡았지만 그의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좀 더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주문했다.

세월호서 건설용 철근 다량 발견

화물칸 수색이 한창 진행 중인 세월호에서 건설용 철근이 대량 발견됐다. 이미 제주해군기지에 사용할 건설용 철근이 세월호에 과적된 것이 침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철근의 실제 무게와 영향 등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화물칸에서 발견된 철근은 9M 내외 길이로 공사현장에서 쓰이는 건설용 철근으로 추정된다. 현장수습본부가 8회에 걸쳐 빼낸 철근은 7일 오후5시 기준 현재까지 21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에 실린 철근의 총 무게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가 엇갈린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화물칸에 286톤의 철근이 실려있었다고 파악했지만,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출항 당시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총 2215톤으로 승인된 적재량 987톤보다 1228톤의 화물이 더 실려있었고, 이 중 일부는 제주해군기지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조위가 추정한 총 화물 무게의 18%(410톤) 가량이 철근이었다.

김상곤 “세월호·국정교과서 시국선언 교사 선처”

세월호 참사와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던 교육부가 7일 법원과 검찰에 “선처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제 우리 사회와 교육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국가적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며 “교사로서, 스승으로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아파한 것에 대하여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소통과 통합’ 그리고 ‘화해와 미래’의 측면에서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정교과서 관련 시국선언에 대해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급하게 추진돼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국민과 시대의 엄중한 저항 앞에서 폐지됐다”며 “교육자적 양심과 소신에 근거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 국민의 아픔과 학생의 미래를 따뜻하게 품는 정책과 행정을 펼쳐 달라는 국민적 당부로 받아들여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한)그들 중 상당수는 전교조 소속이어서 김 장관의 이념 편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김 장관의 ‘선처 요청서’는 부적절하다. 사법당국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에 개입함으로써 교육의 이념화라는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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