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측 피고인들은 최후변론에서 “부끄럽고 반성한다”고 말하면서도 특검이 제기한 모든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특검이 대중 호소에 애쓴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은 너무 심한 오해”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삼성 변호인단 및 피고인 5인은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마지막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결백함을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하는 것에서 시작해 특검이 ‘무죄추정의 원칙’ 등 헌법적 가치까지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변론에서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이게 모두 제 탓이었단 점을 깨달았다”며 “다 제 책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변론동안 수차례 울먹거렸다. 목에 매어 변론을 이어나가지 못해 물을 마시거나 헛기침을 거듭하기도 했다.

▲ 뇌물 제공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뇌물 제공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부회장은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변론동안 자신의 혐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에 꼭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자신의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가 아무리 부덕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무슨 욕심을 내겠느냐”며 “이런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가 없다. 재판장님,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말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이 사건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실장은 “국민이 꾸짖은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특정 선수에게만 승마훈련 지원이 된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후회한다”면서 “삼성에 책임을 물으신다면, 판단력이 흐려진 나에게 물어주고 다른 피고인은 오로지 내 판단 믿고 따랐다는 것을 믿어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뇌물공여 공범 임원 피고인도 ‘대가를 바라고 금전 지원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특검, 삼성 불신·무죄추정 원칙 위반·법리 외면” 모두 반박한 변호인단

송우철 변호사는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모르지만 피고인들과 삼성에 대한 특검의 불신과 오해가 너무 깊어서 안타깝다”고 말하며 최종 의견 진술을 시작했다.

송 변호사는 특검이 헌법에 나오는 ‘연좌제 금지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거슬렀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1997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각’ 및 1998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매각’ 등 과거 이 부회장의 편법 경영권 승계 작업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다.

송 변호사는 “특검은 이 재판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공소장엔 피고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과거 사실만 잔뜩 기재했다”면서 “(승계 작업에 대해) 견강부회식으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주장은 헌법이 선언하는 무죄 추정을 번복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1·2·3차 ‘대통령 독대’에서 “피고인은 결코 대가를 바란 적이 없었다”며 ‘뇌물성 금전 지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77억 원 상당을 지급한 ‘정유라 1인 승마지원’은 최순실씨의 강요·공갈·사기 등 다양한 법적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뇌물 혐의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세간이 제기하는 의혹과 선입견을 여과없이 반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신규순환출자고리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원 등 삼성그룹 현안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특정한 것에 대해서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이와 관련 어떤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며 “특검은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의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박영수, 삼성 혐의 부인에 “정상 참작할 점이 전혀 없다”며 중형 구형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인 중형을 구형했다. 최 전 실장, 장 전 사장, 박 전 사장 등은 징역 10년 형을 구형받았다. 황 전 전무에겐 징역 7년이 구형됐다.

박 특검은 삼성 측의 전면 부인 입장을 두고 “정상을 참작할 점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범행 부인하며 총수를 위해 조직적 허위진술을 하며 대응”했고 “이 부회장이 최종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영수 특검은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과의 독대 커튼 뒤에 은폐된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이라면서 “이재용 피고인은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청문회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증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 특검은 이어 “삼성그룹은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국가기관에서 허위진술한 점에 대해 매우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재판부와 국민 앞에서 사과한 적이 있음에도 이 법정에서 허위진술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으면 국정농단의 실체가 밝혀지기보다 국민들의 영혼을 져버리는 것”이라 지적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