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선언으로 본격화된 국민의당 내부갈등이 계파 경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면서 호남과 비호남, 친안(安)계와 비안(安)계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당 대표 선출 방식을 결선투표제로 결정했다. 결선투표제는 과반을 득표하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 후보자만 두고 다시 투표해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27일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진행해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31일 ARS방식으로 재투표를 진행해 9월1일 당 대표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당 내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고 결선투표를 재차 치르게 될 경우 나머지 후보들 간 ‘반안 연대’를 만들어 대항하게 되는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나온다. 당초 안철수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 전 대표는 7일 오후 결선투표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저는 당에서 정해준 룰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내홍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7일 오후 국민의당 소속 20여명의 의원들은 안 전 대표를 만나 출마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제고하지 않을 경우 탈당 등 여러 단계적 대응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당 내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안 전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7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선 끝나고 나서 하루 이틀 후에 자기(안철수 전 대표)가 다음에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50% 넘는 득표율이 된다고 하지 않았냐”며 “(안 전 대표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출마 선언 당시 ‘극중주의’를 지향한다고 한다거나 전기 충격에 의해 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심하게 말하면 영어 단어에 bullshit(허튼소리)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고, 필요없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촉구하는 의견에 대해 “지금 그만두라는 말은 정계은퇴를 하라는 말과 같다”며 “그것(불출마)은 우리 당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이 당 대표로 나서야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인데,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8월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크쇼 형식으로 비전제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8월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크쇼 형식으로 비전제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후보 대항마로 나선 정동영·천정배 의원이 진보개혁 성향·호남계열이라는 이유로 당 내 계파 갈등이 호남 대 비호남 구도로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출마 선언 당시 ‘극중주의’를 당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내세운 것에서도 이러한 노선 갈등은 점쳐진다.

관건은 여론의 추이다. 당 대표 출마선언 등이 이어지고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이 다시 원내 정당 중 3위를 회복했다. 특히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일주일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2.0%p 오른 6.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이 있었던 8월3일을 포함한, 지난 7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같은 조사에서 각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50.6% △자유한국당 16.5% △바른정당 5.8% △정의당 5.7% 등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 결과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의 국민의당 지지율 일간추이를 살펴보면, 안 전 대표의 출마 임박설이 흘러나왔던 1일과 출마 선언이 실제로 있었던 3일에 지지율이 급상승(31.3%, 39.9%)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주간집계에서는 이들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23.7%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고려했을 때 국민의당에는 여전히 ‘안철수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안 전 대표도 7일 “다행히 지난주 제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 등 잇따른 국민의당 전당대회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호남 지역의 국민의당 지지율도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남 지역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지난주 12.9%에서 16.9%로 크게 상승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일각에서 거론됐던 ‘탈당 러시’나 안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조치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만큼 쉽게 탈당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당이 다 죽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40명 의원 그대로 남아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도 “(안 전 대표에 대한) 출당은 어렵다. 상징적인 의제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를 타고 호남 지역의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도 계속 올라가게 되면, 안 전 대표도 호남지역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천정배·정동영 의원이 단일화를 거치거나 결선투표를 통해 호남기반 진보개혁 성향의 두 후보 중 한 명과 안 전 대표가 1대1로 맞붙는 구도가 펼쳐질 경우 안 전 대표에게는 힘든 싸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호남 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당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면서도 “나는 최소한 안 찍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찍으면 안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당 안팎의 비판을 감수하고 당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출마를 강행한 입장에서, 당 내 입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극중주의’ 노선에 대한 설명과 햇볕정책에 대해 입장을 어떻게 밝히느냐가 핵심이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여러 토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입장 표명을 예고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말한 ‘안보는 보수’의 의미가 우리 당의 정체성인 햇볕정책을 어떻게 계승 발전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안 전 대표의 견해와 입장이 향후 TV토론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당대회의 시대정신은 우리 당의 정치적 베이스이자 자산인 호남을 지키면서 전국정당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찾고, 당의 소중한 가치인 햇볕정책의 계승 및 발전을 모색하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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