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닐슨이 유튜브 시청도 TV 시청률에 합산한다는 보도가 국내 방송·뉴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을 술렁이게 만들었습니다.

연합뉴스가 “TV 시청률 조사 기업인 닐슨이 앞으로 시청자 수 조사에서 기존 방송 외에 ‘유튜브’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 시청자를 합산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고 전한 게 발단입니다.

연합뉴스는 “전통적인 지상파·케이블 TV 시청자 중심으로 진행되던 시청률 조사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가 나오자 국내 언론들이 대동소이한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죠.

기사에서 유튜브의 어떤 콘텐츠가 시청률에  합산되는지 설명을 하지 않다보니 유튜브의 모든 방송 콘텐츠가 합산된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의 원문 기사를 보면 ‘유튜브 콘텐츠’ 합산은 ‘제한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인용기사는 “유튜브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훌루 시청자를 합산한다”고 돼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원문 기사는 “훌루와 유튜브가 제공하는 새로운 스트리밍 TV 서비스”를 시청률 합산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 유튜브에 방송되는 YTN의 24시간 방송 생중계. 방송 콘텐츠를 VOD로 내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 방송을 유튜브에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미국 닐슨이 적용하려는 시청률 합산 기준은 이 같은 '라이브 방송'에 국한된다.
▲ 유튜브에 방송되는 YTN의 24시간 방송 생중계. 방송 콘텐츠를 VOD로 내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 방송을 유튜브에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미국 닐슨이 적용하려는 시청률 합산 기준은 이 같은 '라이브 방송'에 국한된다.

‘스트리밍TV’란 무엇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광고와 TV프로그램이 생방송 TV에 방영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밝혔습니다. 합산 기간은 방영후 3일 혹은 7일까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업계 용어로는 C3, C7이라고 합니다.

시청률조사업계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C3, C7이 VOD라고 잘못 받아들여졌는데,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의미는 IPTV나 위성방송을 통해 라이브 콘텐츠를 재방송하는 것을 말하고, 온라인에서도 광고가 붙은 원래 방송을 편집하지 않은 상태로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JTBC 뉴스룸 실시간 방송을 TV와 광고까지 똑같이 붙여 재전송한 콘텐츠는 시청률 합산 대상입니다. 이 콘텐츠를 며칠 내에 다시 볼 수도 있으니 그 기간 동안 합산하는 것이고요. 단, TV에 나온 광고가 붙지 않는  뉴스룸 VOD나 각 리포트별로 잘라서 보는 클립 콘텐츠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유튜브 시청률을 더하기로 했으면 VOD나 클립도 포함하면 될텐데 왜 ‘실시간 방송’으로 한정한 것일까요. 도입 취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시청률 지표가 한국에서는 ‘영향력’ 개념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실은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고 단가를 책정하기 위한 성격이 강합니다.

미국에서는 TV방송을 실시간으로 스마트TV나 PC 등으로 송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똑같은 방송을 재전송하는 것인데도 유튜브 시청자는 추산되지 않으니 ‘사각지대’를 채우려고 한 것이죠. 시청률조사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수용대상은 늘어나는데 광고는 제자리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해 (광고까지 붙는) 라이브 성격을 가진 콘텐츠부터 먼저 합산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는 TV 밖 시청률을 합산하려는 통합시청률 도입이 무려 정부 정책 과제입니다. 그런데 지지부진합니다. “2월 중으로 자료가 취합된다. 그때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하겠다.” 2015년 1월 방통위 관계자가 밝힌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은 임기 내 도입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그가 퇴임하고 4달이 지난 현재까지 ‘연구’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매체의 영향력을 측정해 규제하는 ‘통합시청점유율’과 광고단가 측정 지표인 ‘통합시청률’ 개념이 혼재된 채 논의가 이어져온 점을 지적해왔습니다. 더군다나 VOD나 클립 영상을 합산할 경우 합산을 어느 비율로 할 것인지, 3~5분짜리 클립영상은 어떻게 볼 것인지, 여러 회차의 프로그램은 하나로 볼 것인지 등 쟁점이 많다보니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죠.

최근 출범한 4기 방통위에서도 추진돼야 할 통합시청률 도입에 닐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한번에 바꾸는 게 무리라면 목표에 맞는 접근을 하고, 현실 가능한 대상부터 단계별로 확대적용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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