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이른바 ‘8‧2 부동산 대책’이 고강도 규제로 나타나자 조중동과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주류 매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집값 폭등의 원인을 투기수요의 증가에서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을 향해 “협소하다” “편협하다” “위험한 발상” 등으로 몰아붙였다. 신문들은 투기가 문제가 아니라 공급부족 탓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매일경제는 ‘갭 투자’(집값과 전세값 차이가 거의 없을 때 소액으로 집을 사들여 매매차익 또는 전세가 인상으로 차익을 보는 투자)를 두고 “직장인들의 재테크”라며 이 같은 투자기법을 두둔하기도 했다.

주류 언론들의 이런 보도와 관련, 지난 정권에서 공급 늘리고 각종 규제완화하라는 대로 다해서 낳은 결과 집값이 안정됐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직장인이 부동산 갭투자를 재테크로 하는 것이 과연 정상이냐는 비판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내놓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수요의 유입이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진단한 것을 두고 주요 신문들은 지난 3일 사설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협소하게 본 것”(동아일보)

“편협하고 시장에 역행하는 것”(조선일보)

“위험한 발상…서울 전체를 투기판으로, 서울 주택 매수자들을 투기꾼으로 본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매일경제)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서울경제 사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투기가 아니라 강남을 겨냥한 분풀이식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의 원인 분석이 틀렸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이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일까.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과잉 유동성, 저금리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매경은 정부가 집값폭등 현상의 한 요인으로 지목한 갭 투자(단기 투기수요)에 대해 “갭투자자 가운데 투기꾼들이 끼어 있기도 하지만 갭투자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8학군 교육특구에 녹지까지 갖춘 강남의 재건축 시장에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며 “초저금리로 유동성은 풍부한데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는 막힌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강남 재건축 값이 오르는 것은 지역 선호도 있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돼 있다”며 “새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과 평면 등이 기존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져 수요자가 몰린다”고 썼다. 그 대책으로 한경은 “수요가 집중되는 곳에 과감히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하는 이유”라며 강남에 대한 규제완화를 더 풀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들 신문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지 못할 것이라 예단했다. 매경은 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이를 통해 투기는 잡히겠지만 근본적인 목표인 집값 안정까지 달성할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그동안 집값 상승 원인으로 시장에서 거론해온 공급대책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겹치며 재건축을 통한 새집 공급이 위축될 여지가 크다”고 썼다.

중앙일보도 “수요 누르기만으론 주택시장 불안 해소 못한다”고 했고, 한경도 “고강도 규제는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을 냉각시켜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지만, 공급을 줄여 가격상승 압력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제지들은 나란히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 공급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면 참여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매일경제 3일자 사설)

“주거안정을 해치는 3대 요인으로 ‘강남·다주택자·재건축’을 꼽았던 노무현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한국경제 3일자 사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를 보는 듯하다”(서울경제 3일자 사설)

이런 주장을 받아 자유한국당은 앵무새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3일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편파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인 점이 아쉽다”며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이번 대책이 이전 노무현 정부의 대책과 대동소이하다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 2017년 8월3일자 1면 머리기사
▲ 매일경제 2017년 8월3일자 1면 머리기사
▲ 매일경제 2017년 8월3일자 사설
▲ 매일경제 2017년 8월3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8월3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8월3일자 사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이튿날(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거의 동일한 주장을 폈다. “수요만 억제해서 성공할 수 없다. 시중에 1천조 원 넘는 유동자금이 대기하고 있다. 이 돈이 높은 수익률 쪽으로 기대수익이 높은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공급확대책이 따라줘야 한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하지만 이들 요구대로 지난 9년 간 주택 공급대책 확대와 각종 규제완화 대책을 쏟아부은 결과 과연 집값이 안정됐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지난 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규제를 과감하게 풀었는데, 집값이 안정됐느냐”며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대로 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연 정상화됐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선 소장은 또한 투기수요가 없다면, 집값이 오르는데 가계부채까지 덩달아 오르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른 것이라고 하면 가계부채는 왜 그렇게 오르느냐”며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말아야 한다. 많이 늘어난 이유는 투기 레버리지를 사용(부채활용)해 집을 사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에 투기적 속성이 강하다는 것을 뻔히 보고도 ‘공급 부족’ 타령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선 소장은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시장, 분양시장 다 풀어줬을 때 어땠느냐. 공급을 풀어주는 조치를 취할 때마다 집값이 뛰었다. 왜 뛰었나”며 “분양시장 규제를 풀어 투기판을 만들어주고, 그 결과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집값 폭등이라는 급한 불을 끄겠다는 데 공급부족 타령을 하는 건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 소장은 역설했다.

선 소장은 “지난해 8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개포 주공3단지 1160가구의 부채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73.9%가 빚(근저당권 설정)을 안고 있었고, 집 산 사람의 93%가 전월세 끼고 집을 샀다(집주인이 살지않는 비거주가구)”며 “기본적으로 빚을 내고, 전월세 비율이 높다는 건 남의 돈으로 집을 샀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갭투자를 직장인의 재테크 수단이라 판단한 매경의 주장에 대해 선 소장은 “갭투자를 직장인이 하는 것이 정상적인가”라며 “재테크이면 이것은 투기가 아닌 ‘실수요’이냐. 빚내서 집사고, 집값 뛸 것 같으니 갭투자 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냐. (학생까지) 다 뛰어들어 갭투자에 사서는 것이야말로 투기 수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선 소장은 “저금리 시대라는 것과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을 전제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는 금리가 오르거나 전세가와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무너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재테크 수단으로 뛰어들었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기 쉬운 투자인데도 직장인이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투기적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일반인이 갭투자함에 따라 많은 사람이 전세가상승과 집값 인상으로 내집 마련과 전세집 구하기 더 어려워진다. 서민이 서민의 집값을 올려 서민에게 피눈물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정부 개입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밝혔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사진=조현호 기자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사진=조현호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갭투자를 재테크라는 주장에 대해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며 “월급 받아 갭투자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부동산은 돈이 된다’는 일종의 투기 또는 투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거주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더 이상 부동산에 그런 투자하지 않도록 정상적으로 돌려놔야 한다”며 “이번 정부에서 이런 세태를 근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에서 추진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보수정권 9년 기업하기 좋은 나라,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다고 했으나 이들이 보유하는 돈만 많이 늘려줬지 일자리를 만들지는 않았다”며 “돈 많고 여력이 생기는 사람들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잘 봐야 한다. 부동산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거주의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에 규제완화와 공급을 늘리라는 주장에 대해 강 의원은 “지금도 강남3구 집의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본질을 공급에서 찾으려고 하는 관점은 건설업계와 투기하려는 사람들의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현미 장관의 국토철학처럼 국토는 국민의 집이자 거주하는 곳이지, 경제지표를 올리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와 비슷한 정책이라는 한국경제신문 등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강훈식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 시장이 나아졌는지부터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여정부와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경제지 주장에 대해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정책을 제대로 썼을 때는 (집값 상승 압력이 컸던 시기에도) 집값이 잡혔다”며 “지금은 저금리, 경기회복 국면이지만, 집값 상승압력은 낮다. 지난 정부 때 풀어준 분양시장 규제를 환원하는 수준으로만 회복하고, 분양권 전매를 불가능하게 하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 소장은 이번 대책에 대해 “적어도 단기 부동산 대책으로는 전열을 정비하고 나서 나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부동산 문제를 투기나 투자 대상으로 삼기보다 실거주의 대상으로 하게 하려하고, 이를 꾸준하게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보여 이번 대책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중동과 경제지가 공급부족을 거론하며 비난 공세에 나선 것에 대해 선 소장은 “정부가 과열된 투기 상황에 개입하는 것인데도, 부동산 기득권세력은 ‘지금까지가 자연스러웠는데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고, ‘정부 개입이 부당한 것’처럼 몰고 가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이 현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 소장은 “이해관계자가 폭넓고, 기득권 세력 저항이 굉장히 강력하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눈치볼 것이라고 봤는데,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강한 정책을 내놓아, 기득권 세력의 이해와 맞물리게 되니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진=강훈식 블로그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진=강훈식 블로그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지난 2일 내놓은 8‧2 부동산대책의 요지는 △서울 25개구 전 지역과 경기 과천시, 행복도시건설예정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강남4구와 용산‧노원‧영등포 등 서울 11개구 행복도시건설예정지역 투기지역으로도 지정 △향후 분양가 상승 불안을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2018년 1월부터 시행 등이다.

특히 정부는 서울‧행복도시건설예정구역과 경기‧부산 등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자에 기본세율에 10%포인트 가산,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 가산세 부과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2년 이상 보유에서 2년이상 거주로 요관 강화 △분양권 전매에 세율 50% 부과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세대가 추가로 대출을 받을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낮추고, 아파트 분양에 따른 중도금 대출 보증도 1인당 2건 이하에서 세대당 2건까지로 제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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