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적폐청산테스크포스(TF)가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사이버 여론조작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보수여당이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가운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자신과 연관됐기 때문에 불리하니까 덮어두자, 그래서 이건 정치보복이라는 식으로 방어논리를 편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이 이런 범죄까지 옹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노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과거를 한편으로는 반성하면서 그 일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면 자신의 환부도 드러내고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마땅하지, 자신과 연관됐기 때문에 불리하니까 덮어두자, 그래서 이건 정치보복이라는 식으로 방어논리를 편다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7일 오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철우 최고위원은 “엄중한 시기에 국정원 손발을 자르는, 내부에서 힘을 소진하는 일만 해서는 안된다”며 “엄중한 시기에 북한 관련 정보수집하는데 힘쓸 수 있도록 하고 적폐청산은 국회에서 다뤄야 한다. 또 다른 정치보복을 일으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역시 ‘정치 보복’을 우려하는 논평을 냈다. 지난 6일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정원 댓글 사건은 관련 실체나 규모가 낱낱이 밝혀져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과정에서 보듯이 지루한 ‘정치 공방’이라는 인상도 없지 않으며 더욱이 ‘정치 보복’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것이 과거 정부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들춰낸단 점에서 정치적 부담감을 느끼는 건 이해되지만, 이건 누가 보더라도 보수-진보, 여야를 떠나서 국정원의 국정원법부터 시작해서, 만일 이 행위가 시작이라면 국정원이 잘못을 저지른 건 분명한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지난 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외곽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했는데, 인터넷 여론 조작을 위해 지급한 돈으로만 매달 3억원, 한 해 3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국정원은 2009년부터 심리전단 관리 하에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해왔는데, 주요 언론사의 정치 기사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여론조작용 트윗글을 유포하는 활동을 했다. 이외에도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활용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지지층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미 국정원이 불법적인 사이버 여론조작에 민간인을 동원해온 사실이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국정원 외부조력자’ 전체 규모와 예산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정황까지 확인됐다는 점이다.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등의 청와대 회의 내용을 국정원이 직접 보고 받았고 총선과 대선을 대비해 여당 후보 당선에 필요한 선거운동 방법 등을 제안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국정원이 청와대에 전달된 사실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관련 수사 등을 통해 청와대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 의혹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이번에 공개된 국정원 ‘댓글부대’ 관련 의혹에 대해 하루 빨리 수사를 확대한 후 추가 기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노 원내대표는 “청와대 지시에 의해 대선 이전에 이뤄진 또 다른 여론 조작 행위가 있었는지, 아니면 SNS 이외의 또 다른 방식의 여론조사 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면서도 “수사가 된다면 별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B정권 당시 국정원장과 대통령과의 관계는 주기적으로 독대하는 관계였다. 따라서 독대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는지, 또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은 없는지, 이것이 반드시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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