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계의 ‘갑질’ 논란은 비단 최근 이슈는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가 처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2013년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여러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갑질횡포는 을들의 눈물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를 향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칼날을 겨누고 있는 현 상황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을’들의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 가맹점주협의회가 되고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라는 조직이 되어 공정질서를 요구하기 시작한 몇 년에 걸쳐 이어온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가맹점주들은 목소리를 함께 낼 협의체 하나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협의체 활동으로 본사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일까지 감당해야 했다. ‘진정한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 되려면 본사의 계약해지 통보는 감수해야 한다’는 씁쓸한 농담이 있을 정도다. 수많은 피해사례가 터져나오고 정부가 나서 개선책을 모색하게 되기까지, 두려움을 무릅쓰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나섰던 많은 ‘을’들은 좌절했고 분노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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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죽만 열심히 끓였다는 전직 죽집사장 김태훈씨(49)는 지난해부터 가맹점주들의 눈과 귀, 입이 되고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합리한 제도를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직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상근 활동가인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 김태훈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발족 계기가 궁금하다. 각 가맹점주협의회가 뭉치게 된 건 언제인가.

“각 가맹점주협의회들의 발족 계기는 모두 다르다. 오래 전부터 협의회 체제는 아니더라도 상조회 형태로 각 가맹점주끼리 친목단체 형식으로 모이는 경우들이 있었다. 2014년 이전에는 가맹사업법상에 따라 점주끼리 모이면 불법이 될 수 있었다. 상인들이니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종의 담합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남양유업 사태가 터졌고 같은 해 편의점주가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불거지면서 점주단체의 협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가맹점주협의회와 유사한 점주 단체를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드는 것까지만 가능했다. 관련 법 조항도 없었기에 본사 측은 대화에 응하지도 않았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대화에 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각 가맹점주 협의회가 함께 모여보자는 움직임이 생긴 건 2015년 초에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가맹점주 협의회 쪽에서 연합체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던지면서였다. 2015년 5월에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설빙, 본죽, 미스터피자, 피자헛 등 여섯 개 가맹점주협의회가 모여서 외식브랜드 협의체를 만든 게 최초였다. 

이후 알음알음 서비스업계나 유통업계 등 다양한 업계 가맹점주들이 가입했고, 느슨한 형태나마 2016년 2월부터 16개 협의회가 모여 연석회의가 출발했다. 현재는 22개 가맹점주협의회가 들어와 있는데, 외식업계가 14개로 제일 많고 나머지는 유통, 서비스, 자동차정비연합회 등이다.

물론 이 중에는 원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협의회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서 잠잠한 곳도 있고, 운영진이 아예 그만두거나 없어져버리면 협의회 자체가 운영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 계기가 궁금하다.

“과거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원만히 해결이 잘 됐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나 참여연대 을살리기본부, 다른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들이나 외식브랜드 점주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이쪽 활동을 함께 해오던 중 일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냐고 해서 지금은 가게 접고 아예 상근직으로는 혼자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희는 순수하게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운영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부 쪽에서도 지원해주겠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가 할 말을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거절했다. 저희도 아직 시작한지 그렇게 오래 된 상황은 아닌데 사회적 인식이 커져서 사실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지금은 프랜차이즈산업협회(본사 측)과도 정기적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근에서야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설 정도로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됐지만 그 이전에는 활동자체가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 활동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난해 피자연합 이아무개 대표가 돌아가셨을 때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을 맡으셨고, 저를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다. 사실 미스터피자 사건이 확대된 계기가 이아무개 대표님 덕분이기도 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사람이 정말 맑으신 분이었다.

(편집자주: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 등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중간에 끼워넣어 치즈를 가맹점에 강제로 사게 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심지어 정 회장은 경비원을 폭행하고 가맹점주에게는 “넌 패륜아다”라는 폭언을 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의혹들도 나왔다. 가맹점이 낸 광고비로 자신의 자서전을 제작한 뒤 가맹점주들에게 수백여권씩 강매했다는 증언도 터져나왔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가맹점을 그만둔 뒤, 갑질 없는 피자를 만들겠다며 협동조합형 ‘피자연합’을 만들었다. 미스터피자는 이에 보복하기 위해 피자연합 가게 100m 인근에 일부러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내고 저가 영업공세로 압박했다. 이아무개 대표는 올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유언장에 “나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갑질로 겪는 가슴앓이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남겼다.)

(미스터피자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당시) 이아무개 대표가 본사와 어떻게든 협의를 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본사가 변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영업이 어려워진 이후 점주 몇 분이랑 모여서 피자연합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토핑 하나라도 더 얹어주고 좋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한 건데 결과적으로 보복을 당한거고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까지 당하면서 너무 힘들어했다.

미스터피자가 피자연합을 노리고 이천점에 보복출점을 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본인한테 하는 건 견디겠는데 함께 피자연합을 만든 동료한테 그렇게 (보복을) 하는 걸 너무 안타까워했다. 

(사망 직전까지) 언론에 보도자료도 만들어놓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자니 미스터피자 본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다른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까지 피해볼까봐 결국 기자회견도 못했다. 그런 상황에 빠지면서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나도 갑자기 소식을 듣고 너무 황망했다.

가슴이 아픈 이유는,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음으로써 가맹주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온거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바뀌는 건 원하지 않는다.”

-많은 가맹점주들이 협의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쉬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가맹점주들의 경우 협의회 활동하면서 계약해지는 기본이고 ‘블랙리스트’로 이름이 올라 고충을 겪기도 하는데.

“가맹점주협의회 회의를 단체 메시지방에서 하면, 본사 측에서 알음알음 다 안다고 한다. 계약 해지를 당해야 진정한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 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치킨업계는 사실상 가맹점주협의회가 없다. 자생적으로 생긴 데가 없다. 한 업체 가맹점주 협의회가 있었는데 본사와 소송이 걸리면서 풍비박산났다고 들었다. 본사와 가맹점 간 좋은 거래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사실 가맹점주 협의회가 안 생길 리가 없지 않나.

지금은 협의회가 있어도 본사에 우호적인 곳들을 중심으로 본사가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복수노조 운영하듯이 일부 우호적인 가맹점들을 중심으로 본사가 협의회를 만들고 지원도 해주고 음식도 사주면서 협의회를 운영하고, 외부에는 상생협약을 맺어 잘 되고 있다고 알린다. 

사실 들여다보면 그것도 아니다. 피해 사례가 있고, 문제가 있으면 이를 도려내서 새 살이 나도록 해야 한다. 근데 그냥 상처 위에 거즈만 덮어버리면 안에서 썩을 수밖에 없다. 

소위 ‘어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곳도 본사와 함께 상생을 꾀하게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결국 그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가맹점 점주들이니까. 다만 법적으로는 효력 없는 상생협약을 맺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내놓는 등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 게 있는지.

“2013년 가맹점주협의회 구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 됐지만 현재 이들의 단체협상력을 높이는 법안이 필요하다. 관련 법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 통과가 필요하다.

현재 가맹계약을 맺은 후 10년이 지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법 조항 역시 고쳐야 한다. 사실 10년 지나서 가맹점을 해지하는 건 살인행위라고 생각한다. 좋은 브랜드라면, 가맹 본사와 10년을 함께 잘 운영해온 가맹점주를 최고의 바이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한 가맹점주가 유지해온 상권을 쪼개어 여러 가맹점이 들어서야 본사 입장에서는 물류 비용을 여러 가맹점에서 받을 수 있게 되므로 개설 이익이 더 늘어나는 구조다. 그것 아니면 10년차 이상 가맹점을 굳이 해지할 이유가 없다.

물류 비용에 녹아있는 마진이 얼마인지 모르는 구조도 고쳐야 한다. 중간 거래단계를 끼워넣고 이쪽에서 받은 물건을 본사가 가맹점에 필수 물품이니 구매해야 한다며 공급하는 건데, 겉으로 보면 본사의 물류 마진이 별로 안 된다. 그러나 정작 중간 거래 회사가, 사실상 본사가 바지사장을 통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거나 본사 관계자인 경우가 있다. 그럼 이 회사가 가져가는 돈이 어디로 가느냐가 핵심이다. 그래서 납품한 물품의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 마진으로 본사에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모르니 가맹점 모집 행위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가서 봤는데, 가맹점으로 들어오면 외제 승용차를 준다고 하는 회사도 있더라. 가맹점을 여는 조건으로 가맹점주에게 외제 승용차를 줄 정도면 얼마나 이익을 뽑아가겠다는 걸까.

(유통마진을 개선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필수 물품의 정의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니 필수물품) 정보 등록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확인이 안된다.”

▲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프랜차이즈 업계 관련 자료들이 쌓여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프랜차이즈 업계 관련 자료들이 쌓여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본사가 물류유통 비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대신 가맹점 수익의 일부를 본사에 나누는 로열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그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내는 비용이 더 커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쪽에서는 가맹점주들이 수익을 속이고 로열티를 적게 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다. 로열티는 수익의 몇 퍼센트를 본사에 지불하는 것이니, 로열티를 많이 내면 낼수록 결국 가맹점주 수익도 그만큼 늘어난 것 아닌가.

해외 사례를 보면 안다. 버거킹 같은 곳들은 본사에서 가맹점에 알아서 하라고 물류 담당을 넘겼다. 본사는 그렇게 하면 가맹점들이 망할 줄 알았을 것이다. 가맹점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개 입찰을 통해 직접 물건 구매를 결정했다. 본사는 이 물건이 브랜드 품질 유지를 위해 적합한 지 정도만 검토한다. 이렇게 되니 물류 비용은 30%가 줄고, 결과적으로 수익이 30%가 늘어나니 가맹점주들이 의욕이 생겨 매출이 늘어났다. 본사들도 물류이익보다 로열티로 번게 더 많았다.”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에 가맹점주들이 피해사례를 얼마나 제보하는지, 주로 어떤 내용의 제보가 많은 지 궁금하다.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향후 어떤 활동들을 이어갈 계획인가.

“보통 일주일에 한 두 건 정도 제보가 들어온다. 제보 내용은 주로 수익 문제다. 가맹점주가 되면 장사도 잘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수익이 잘 안나오고, 물품도 죄다 본사를 통해 구매해야 하니까 수익을 늘릴 방법도 없으니까 우리를 찾아온다. 제보가 들어오면 사실관계 확인부터 냉정한 시각으로 하려고 한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내용증명을 본사에 보내는 것을 도와주고 대화로 풀도록 하는데, 그런 과정으로 잘 해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본사와 점주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일인 만큼 명확하게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가맹점주 협의회가 많지 않은데 앞으로 많이 생길 수 있게끔 교육 지원도 하고 싶다. (협의회 운영을 위해서는) 용기를 내서 운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다. 혹시 문제가 있어 인근 가맹점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다면, 용기내서 언제든 가맹점주협의회나 연석회의의 문을 두드려 달라. 언제든 지원하고 버팀목이 돼주겠다. 국민들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 불매운동보다는 점주들을 응원해달라. 점주들이 나서서 본사들과 힘차게 싸울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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